존 로버츠(50ㆍ사진) 미 대법원장 지명자에 대한 상원 인준청문회가 12일(현지시간) 시작됐다. 그는 이날 공화ㆍ민주 양당 법사위원 18명의 발언에 이은 자신의 모두 발언에서 “재판관은 (야구) 심판과 같으며 심판은 룰을 만들지 않고 적용할 뿐”이라고 해 ‘야구 심판론’을 개진했다.
이번 청문회는 최근 타계한 윌리엄 렌퀴스트 전 대법원장에 대한 인준 청문회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어서 로버츠 지명자의 심오한 견해가 표출될 것이라는 기대가 없지 않았다.
그는 그러나 “재판관은 법의 하인”임을 전제, “내 일은 볼이냐 스트라이크냐를 판정하는 것이지, 볼을 던지거나 치는 일이 아님을 명심할 것”이라며 ‘심판 역할론’만을 누차 강조했다. “심판의 역할은 제한적이며 누구도 심판을 보기 위해 경기장에 오지는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로버츠 지명자의 진부해 보이기까지 한 발언의 이면에는 입법부와 사법부가 대치하는, 또 공화ㆍ민주 양당이 힘을 겨루는 첨예한 전선이 가로놓여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재판관의 역할을 ‘야구 심판’에 한정, 공격적 법 해석과 법의 미비에 대한 적극적 판단을 통해 입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사법 적극주의’또는 ‘사법 행동주의’를 거부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 정부가 최근까지 입법부의 권능을 침식하려는 대법원 등의 움직임에 대해 줄곧 불만을 토로해 왔다는 점에서 로버츠 지명자의 정치적 정체성이 확인된 것으로도 해석된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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