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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 정치논평] 뉴올리언스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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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 정치논평] 뉴올리언스의 교훈

입력
2005.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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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올리언스에 집 한 채가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 집을 해 뜨는 집이라고 불렀다네.” 1960년대 중고등학교에 다닌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 같은 가사로 시작되는 ‘해 뜨는 집(The House of Rising Sun)’이라는 노래를 통해 뉴올리언스라는 미국 남부도시의 이름을 처음 접했을 것이다. 이후 뉴올리언스는 재즈와 독특한 음식을 자랑하는 이색적인 흑인도시로 우리에게 알려지게 됐다.

그러한 뉴올리언스가 최근 ‘카트리나’라는 허리케인으로 침수당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뉴올리언스 참사 소식을 듣는 순간 머리에 떠오른 것은 2000년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UCLA로 떠났던 안식년의 추억이다.

모든 대학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대학이 새로운 학문경향을 공부해 강의와 연구를 업데이트하라고 7년에 한 번씩 교수들에게 안식년을 주는데 개인적으로 오랜 비정규직(시간강사) 생활에 대학까지 옮기면서 14년 만에 첫 안식년을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안식년 동안 미국 유학시절 8년 동안에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충격적인 두 사건을 직접 겪는 행운을 누렸다.

●미국의 숨겨진 이면 노출

우선 캘리포니아의 단전(斷電)사태이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에서 단전이 돼서 거리의 신호등이 꺼지고 병원의 수술실이 폐쇄되는 일이 벌어지다니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레이건 대통령 이후 도입한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에 의해 전력산업을 민영화했다가 전력 독점 기업들의 탐욕에 의해 벌어진 재앙이다. 다만, 로스앤젤레스시는 전력을 민영화하지 않아 이 재앙을 피할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2000년 대선과정에서 있었던 플로리다주의 개표부정 시비다. 못살고 흑인이 사는 동네의 개표기는 낡아빠진 기계를 써 10%가량이 무효표가 나오게 한 플로리다주의 개표소동은 우리나라 같으면 폭동이 일어나도 백 번은 일어날 놀라운 사건이다. 그런데 이 같은 사건이 세계 제일의 민주주의를 자랑하는 미국에서 일어남으로써 미국 민주주의의 숨겨진 이면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

그리고 이 역시 신자유주의에 의해 미국 사회가 점점 잘사는 20%와 흑인 등 점점 가난해지는 80%로 양극화되는 ‘20 대 80의 사회’로 변질하면서 소외된 80%의 정치적 시민권을 교묘하게 박탈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사건이라는 점에서 그 핵심에는 신자유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이번 뉴올리언스의 재앙도 그 중심에는 신자유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이윤만을 지상목표로 하는 신자유주의는 저지대인 이 지역을 생태계의 균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개발함으로써 이번 참사를 불러들였다.

게다가 부시 정부는 이라크전쟁이라는 신자유주의의 ‘무장한 세계화’전략에 필요한 천문학적인 전쟁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뉴올리언스 지역의 홍수통제를 위한 연방정부 예산을 6,900만 달러로부터 3,650만 달러로 삭감함으로써 재앙을 자초하고 말았다.

그리고 재앙이 발생하자 그간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의해 절대빈곤층으로 전락한 많은 흑인은 해수면보다 낮은 저지대 빈민가에 살고 있는데다가 자동차 등 탈출수단조차 갖지 못해 재난의 최대 희생자가 됐다.

●장차 우리 자신의 얘기

마르크스는 그의 불후의 명작 ‘자본론’의 서문에서 산업화와 자본주의를 분석한 자신의 책이 당시 가장 선진국이었던 영국에 해당할 뿐 자신들의 나라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사람들에게 머지않아 다른 나라들도 영국과 같은 과정을 겪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너 자신의 이야기이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우리의 경우도 김대중 정부 들어 본격적으로 도입한 신자유주의 정책에 의해 사회적 양극화 등 그 부작용이 날로 심화하고 있다. 이 점에서 마르크스의 표현대로 뉴올리언스의 재앙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다.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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