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ㆍ경ㆍ언 전방위 로비의혹의 단서를 제공했던 브로커 홍모(64ㆍ구속)씨가 도피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에 수 차례 전화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12일 서울중앙지검과 경찰청에 따르면 홍씨는 4월말부터 8월초까지 경찰수사를 피해 도피생활을 하면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와 범죄정보과에 여러 차례 전화를 했다. 그는 범죄정보과 소속 박모 계장, 검찰 출신 김모 변호사, 수사를 지휘했던 강모 당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장 등 개인과는 각각 3~4차례 전화통화를 했다. 홍씨의 로비 대상이었다는 의혹이 수사과정에서 드러나 경질된 강 전 광역수사대장, 김 변호사, 박 계장뿐만 아니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도 홍씨가 전화를 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검찰 관계자가 홍씨와 연계됐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홍씨는 4월말 외국인 노동자 송출 비리 관련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해명을 위해 검찰 경찰 언론 등에 로비를 한 내역을 담은 일기장을 제출했다가 경찰이 이를 토대로 로비 의혹 수사에 나서자 잠적했다.
이에 대해 강 전 광역수사대장은 “홍씨가 전화를 해 해명자료로 제출한 일기장을 수사자료로 사용한 데 대해 ‘섭섭하다’는 뜻을 밝혀 왔다”며 “전화를 받은 즉시 홍씨에게 자수를 설득하는 한편 수사진에게 위치추적 등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또 서울중앙지검은 홍씨에게 돈을 빌려 줬던 허모(34)씨가 홍씨를 송출비리와 별건의 사기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소재파악이 안 된다는 이유로 7월 중순 홍씨를 기소중지한 뒤 8월 중순에야 기소중지와 수배 사실을 전산망에 입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고소사건의 경우 기소중지와 수배 입력을 동시에 하는 관례를 무시하고 기소중지 사실을 8월12일, 수배 사실을 8월16일 전산망에 따로따로 올렸다.
홍씨의 수배 입력이 이뤄진 8월16일은 홍씨가 이미 경찰에 체포된 뒤였다. 검찰 관계자는 “수배를 기소중지보다 나중에 입력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석동현 부장검사)는 12일 홍씨를 사기 혐의로 기소하고 검경 관계자들에 대한 이 같은 로비 의혹을 정밀 보강 조사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홍씨는 네팔인 산업연수생 송출업체 선정과 관련,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와 판사에 대한 로비 명목으로 2003년 4~6월 네팔계 홍콩인 L씨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4,700여만원을 받은 혐의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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