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극장’이 주인공의 해피 엔딩으로 끝을 맺었다. 자민당은 당분간 원내ㆍ외에서 제동을 걸 세력이 없는 1당 독주체제를 확보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집권당 내에서 도전자가 없는 1인 지배체제를 굳혔다. 개혁을 부르짖은 총재가 1955년 이래 계속된 자민당 통치의 힘을 부활시킨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 극장의 꽃으로 관심을 모은 자객(刺客) 후보들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혼전을 거듭했다. 자민당은 ‘미스 도쿄대’ 출신으로 재무성 과장을 지낸 가타야마 사쓰키(시즈오카ㆍ7구) 후보와 고이즈미 총리의 브레인인 이코노미스트 사토 유카리(기후 1구) 후보, ‘카리스마 주부’로 불리며 인기를 모아온 요리연구가 후지노 마키코(藤野眞紀子ㆍ아이치 4구) 후보,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ㆍ도쿄 10구) 환경성 장관 등 미녀 군단을 내세웠다. 고이케 유리코 장관은 개표 초판 승리를 확정짓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반란파 리더인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전 자민당 정조회장과 맞붙은 호리에 다카부미(堀江貴文ㆍ히로시마 6구) 라이브도어 사장은 구 정치인의 저력에 밀려 패배했다.
가메이 전 회장은 태풍이 몰아치는데도 우산도 없이 텃밭을 돌며 “자객을 보내는 것이, 이것이 민주주의냐”고 울부짖었다. 그는 11일 밤 개표상황을 지켜보며 “갖고 싶은 것이라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빼앗아버리는 고이즈미 정치는 민주주의의 근본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들 스타 후보들의 승패와 관계없이 자민당은 도심부와 비례구에서의 우세로 선전으로 대세를 굳혔다. 국민신당과 신당일본을 창당해 싸우고 있는 반대파 후보들은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상당수가 정치생명이 끝날 위기에 몰렸다.
일본 공산당과 사민당 등 군소 진보세력은 거대한 허리케인 속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필사적인 선거 운동을 펼쳤다. 해산 전 9개 의석을 갖고 있었던 공산당은 “자민당이나 민주당은 근본적으로 같은 정당”이라며 “공산당을 확실한 야당으로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공산당 위원장은 투표 직후 “기존의석 유지는 물론 비례대표구에서도 기대가 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사민당은 “평화헌법 9조를 지켜내 평화로운 일본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어느때보다도 위기감을 느낀 후쿠시마 미즈호(福島瑞穗) 사민당 대표는 선거기간중 유세거리가 1만6,500㎞에 이르는 등 ‘발로 뛰는’선거를 치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민당도 “현재의 5석은 확보했다”며 자위하는 모습이다.
한편 고이즈미 총리가 새로 제출할 우정개혁법안은 참의원에서도 성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번 참의원 본회의에서 반대하거나 기권ㆍ결석했던 자민당의 마쓰야마 마사시(松山政司) 의원 등 4명은 10일 “선거에서 자민당이 승리하면 법안에 찬성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자민당은 이로써 참의원 반대파들이 향후 찬성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들에게 더욱 강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자민당이 선거에서 과반수를 얻으면 참의원 반대파도 국민의 뜻에 따를 것”이라고 장담했다. 지난달 8일 열린 참의원 본회의에서는 자민당으로부터 22표의 반란표가 나왔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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