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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영혼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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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영혼의 도시

입력
2005.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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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9ㆍ11 테러 4주년의 날이었다. 뉴욕 세계무역센터 건물로 비행기가 날아들고 건물이 붕괴하던 그 충격적인 장면은 지금도 생생하다. 비극의 자리 ‘그라운드 제로’에 세계 최고(最高)의 건물이 될 첨탑(약 540m)이 세워지고 있다. 독일인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둥글고도 각진 기하학적 구조를 지닌 작품이다.

예견됐던 일이다. 서울에서 세계건축가회의가 열린 적이 있다. 그때 누군가가 물었다. “그라운드 제로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각국 건축가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더 높고, 더 멋진 건물을 지어야 한다.”

▦ 미국의 매력적인 도시 순서로 뉴욕, 워싱턴, 뉴올리언스를 꼽고 싶다. 뉴욕에는 다양성과 활력, 워싱턴에는 기품, 뉴올리언스에는 열정과 문화가 숨쉬기 때문이다. 그 첫째, 셋째 도시가 비극을 겪었다. 가슴이 아리다. 뉴올리언스에서 미국인 교수 집에 초대 받은 적이 있다.

“팝송 ‘해 뜨는 집’ 때문에 이 도시 동쪽에 높은 산이 있는 줄 알았다”고 하니, 그가 웃었다. 산이 없는 저지대의 도시였다. 여행자와 얘기 나누기를 좋아하고 친절한 그는 한국에서 타 본 수인선 협궤열차가 아름다웠다고 회상했다.

▦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처럼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다니던 철길 옆 고가에서 묵었다. ‘욕망’은 전차의 종점을 가리키는 지명이었다. 욕망과 낭만은 프렌치 쿼터의 즐비한 재즈 바에 흐르고 있었고, 마르디그라 축제를 통해 발산되고 있었다. 미시시피 강을 오르내리는 옛날 식 증기선을 타면 ‘톰 소오여의 모험’이 되살아 나는 듯했다.

또 길이 38km의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를 따라 폰처트레인 호수를 건너면, 호수가 바다 같아서 다리가 그 가운데로 끝없이 뻗어 있는 것 같았다.

▦ 누군가 뉴올리언스를 ‘영혼이 있는 도시’라고 불렀다. 허리케인에 의해 친절했던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상처를 받고, 아름다운 문화도 참혹하게 파괴되었다. 영혼의 도시가 물질문명이 키운 기상이변에 의해 붕괴된 채 신음하고 있다.

도시가 개성을 지니려면 이번 비극 이전의 뉴올리언스를 떠올리라. 건축가들이 9ㆍ11 테러 이후 “더 높고, 더 멋진 건물을 지어야 한다”고 외쳤듯이, 마음 속의 도시 뉴올리언스가 하루 속히 더 아름다운 도시로 부활하기를 빈다.

박래부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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