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의 역사를 새로 써온 삼성전자가 또 하나의 신천지를 개척했다. 기술적으로 말하면 머리카락 굵기의 2,000분의 1에 해당하는 회로선폭을 가진 엄지 손톱 크기의 칩에 164억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한 ‘50나노 16기가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한 것이고, 실용적 의미로 얘기하면 일간지 200년치 분량 혹은 영화 20편에 버금가는 동영상이나 MP3 음악파일 8,000곡을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가 등장한 것이다.
이로써 황창규 반도체총괄사장은 “반도체 집적도는 1년마다 2배로 늘어난다”는 자신의 ‘반도체 신성장론’, 일명 ‘황의 법칙’이 1999년 256메가 메모리 개발 이래 6년 연속 유효함을 다시금 입증했다.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플래시 메모리는 종이의 정보 저장 및 전달 기능을 대체하는 ‘디지털 페이퍼 시대’의 총아로 꼽히며, 디지털카메라나 MP3플레이어 등에 필수적인 착탈식 메모리카드의 핵심이다.
이번 쾌거가 더욱 주목되는 것은 60기가바이트 안팎의 용량을 가진 데스크탑 혹은 노트북 PC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낸드 플래시메모리가 급속히 대체하는 단계에 성큼 다가갔다는 점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이 기술이 양산단계에 들어가고 황 사장의 예상대로 2~3년 안에 휴대용 메모리카드의 저장능력이 100기가를 넘게 되면, 2010년까지 모두 300억달러 규모의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낸드 플래시메모리 세계 시장에서 55%의 독보적 점유율을 가진 삼성전자가 추가 투자없이 기존의 장비를 이용해 금번 업적을 이뤄냈다는 것도 평가할 만하다. 그런 만큼 불법 정치자금, 경영권세습, 삼성공화국 등 갖가지 구설수에 휘말려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삼성으로선 심기일전의 계기가 될 것이다.
잘 나가는 삼성전자를 보면서 양극화의 그늘이 연상되지 않는 것도 아니나 우리의 미래 경쟁력은 기술적 우위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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