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이 확정된 순간 하늘만 보였는데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 생각 때문인가 봐요. 2년전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어머니께 감사를 드립니다."
쟁쟁한 선배 언니들을 제치고 SK엔크린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하며 아마추어 돌풍을 일으킨 여고생 골퍼 신지애(17ㆍ함평골프고)는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역경을 딛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소감을 묻는 질문에 가장 먼저 어머니 얘기부터 꺼낸 신지애의 시련이 시작된 건 2년전. 딸 뒷바라지에 열심이던 어머니 나송숙씨가 2003년 11월 차를 몰고 친정에 가다 큰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나면서 단란했던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다.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지원(14), 지훈(8) 등 두 동생도 중상을 입고 1년이 넘도록 병원 신세를 졌는데 병간호를 해야 했던 신지애는 1년 여 동안 병실 한구석에 놓인 간이 침대에서 자며 골프연습장과 학교를 다녀야만 했다.
교회 목사였던 아버지 신재섭(45)씨도 담임목사직을 던지고 신지애의 골프 뒷바라지와 두 자녀의 병 구완에 나서느라 이렇다 할 수입원이 없어졌다. 지난해 10월에야 동생들이 퇴원하면서 '병원 살림'을 청산할 수 있었지만 단칸 셋방에 네 식구가 기거하는 고달픈 생활은 여전했다.
하지만 내색을 하지 않고 그저 골프연습에만 매달린 신지애는 올 시즌 아마추어 무대에서 5승을 쓸어 담으며 최고 아마추어 여자선수로 입지를 다질 만큼 껑충 성장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프로 입문 자격을 자동으로 얻게 된 신지애는 또 하나의 고민에 부닥쳤다. 국가대표로도 활약해야 하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상 프로 전향의 기회를 떨쳐 버리기 어려운 것.
아버지 신재섭씨는 “연말까지는 국가대표 의무를 다하겠지만 내년부터는 프로로 나서야 할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밝혔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전남 영광에서 아버지가 담임목사로 일하던 교회 인근 영광원자력발전소 구내 골프 연습장에서 처음 골프채를 손에 쥐었다는 신지애는 “평균 270야드 안팎의 파워 드라이브샷이 장기이지만 프로 무대에서 통하려면 쇼트게임을 더 가다듬어야 할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이천=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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