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학에 대한 비간부 출신 경찰들의 공개적인 불만 표출로 촉발된 ‘경찰대 폐지’ 논란이 경찰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다.
대부분 순경 출신인 비간부 경찰들은 “할 말을 했다”는 반응이지만, 경찰대 출신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경찰 수뇌부는 조직 갈등을 우려하며 서둘러 내부 단속과 설득에 나섰다.
그 동안 상명하복의 조직 체계를 존중해 언급을 자제했던 순경 출신 경찰들은 12일 마음 속에 담아왔던 불만을 쏟아냈다. 서울 K경찰서 A경사는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하급 경찰들이 오죽했으면 그런 주장을 공개적으로 했겠느냐”며 “이번 기회에 어떤 방식으로든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경찰청 내부 사이트에도 경찰대 폐지나 개선을 주장하는 순경 출신 경찰들의 의견들이 잇달아 올라왔다. 한 경찰은 “새파란 직원이 경위로 시작하고 나이먹은 경사는 경위는 꿈도 못꾸는 구조, 이것은 죽은 조직”이라며 “하위직 조직은 경찰대 시작과 더불어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다른 경찰은 “경찰대 출신을 비간부인 경사로 임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반면 경찰대 출신의 한 총경은 “공격을 당하고 있는 입장이라 말하기가 부담스럽지만 지금 상황은 경찰대의 공(功)보다는 과(過)가 지나치게 부각된 측면이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경찰대 없애면 무식한 놈들만 뽑아서 다시 경찰을 바보로 만들 거냐”고 흥분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도 열린우리당 최규식 의원 주최로 ‘누구를 위한 경찰대학인가’라는 토론회가 열려 경찰대 존폐 문제와 개혁방향에 관한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자치경찰연구소 문성호 소장은 “경찰대생은 학비무료, 병역면제, 고속승진 등 위헌적인 특혜를 받고 있다”며 “경찰대의 존재는 대다수 비경찰대 출신들의 사기만 꺾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웅혁 경찰대 교수는 “최근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4%가 경찰대 폐지에 반대했다”며 “폐지 주장은 감정적인 선입견에 근거하고 있을 뿐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검ㆍ경 수사권조정 문제에 집중해온 경찰 수뇌부는 이번 사태가 외부에 ‘자중지란’으로 보일까 우려하면서도 “경찰대 폐지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허준영 경찰청장은 이날 “경찰대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있지만 경찰 발전에 기여한 측면이 매우 크다”며 “현장에서 다양한 출신들이 민생치안을 맡고 정책면에선 이를 끌고 나가는 엘리트 그룹이 필요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은 비간부 출신 경찰들의 모임인 ‘대한민국 무궁화클럽’발족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현직 경찰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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