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임(可妊)여성 1,000명당 연간 인공임신중절시술(낙태수술) 건수는 30.7건이며, 해마다 35만590건의 낙태수술이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보건복지부가 고려대 의대와 함께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출산율이 낮은 우리나라가 낙태수술은 네덜란드(1,000명당 6.5건) 독일(7.6건) 미국(22건) 등 다른 OECD 국가들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낙태수술과 관련한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는 이번이 처음으로 전국 의료기관 200여 곳과 가임여성 4,000명을 대상으로 올해 5~8월에 이뤄졌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연간 35만590건의 낙태수술 가운데 기혼 여성이 20만3,230건, 미혼 여성이 14만7,360건을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20~34세 연령층이 전체의 68.5%에 달했는데, 미혼 여성의 경우 20~24세(50.7%), 기혼 여성은 30~34세 연령층(33.6%)의 낙태수술이 가장 많았다. 미혼 여성 가운데 10대의 비율은 8.4%였다.
낙태수술을 받은 이유로는 기혼 여성의 경우 ‘더 이상 자녀를 원치 않아’ ‘자녀간 터울 조절’ 등 가족계획 때문이라는 응답이 75%로 가장 많았다. 미혼 여성의 경우 ‘미혼이어서’ ‘미성년자여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등의 사회ㆍ경제적 이유가 대부분(95%)이었다.
이번 조사 결과는 낙태수술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모자보건법의 관련 조항이 사실상 사문화했음을 보여준다. 현행 모자보건법(14조)은 ▦본인 또는 배우자가 유전학적 질환이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한 임신 ▦가임 여성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경우 등에 한해서만 의사가 낙태수술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사에 참여한 관계자는 “전국 산부인과 병ㆍ의원의 80%가 낙태수술을 하고 있었다”며, “병원의 낙태수술 대부분이 불법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낙태수술 허용 여부와 관련, 일반 여성의 85.1%, 법조계 96.6%, 여성계 96.6%가 “허용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종교계는 40.9%가 찬성했다. 현행법의 낙태수술 허용 사유를 확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일반 여성의 46.5%, 법조계 60.2%, 여성계 67.4%, 종교계23.8%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복지부는 13일 학계 여성계 종교계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어 관련법 개정을 포함, 부적절한 낙태수술 예방에 관한 정책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성욱 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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