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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권력욕에… '상한 오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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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권력욕에… '상한 오렌지'

입력
2005.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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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혁명’으로 싹 띄운 빅토르 유시첸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의 ‘연정(戀情)’이 7개월 만에 권력 투쟁의 암흑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지난해 11월 민주혁명을 통해 부패정권을 무너뜨리며 ‘백년해로’를 기약했던 이들은 이제 더 이상 혁명 동지가 아니라, 살기 위해 반드시 넘어뜨려야 할 라이벌로서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올 1월 취임한 유시첸코 대통령은 8일 티모셴코를 7개월 만에 총리직에서 축출하며 사실상 결별했다. 유시첸코는 정부 내 균열과 권력투쟁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며 “혁명 동지인 티모셴코가 자신을 홍보하고 정치력을 과시하는 데만 치우쳐 지나치게 인기에 영합해 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날 내각 해산은 혁명 동지였던 니콜라이 토멘코 부총리와 표트르 포로셴코 국가안보위원회 서기 등 측근 2명이 잇따라 사임한 후 몇 시간 만에 이뤄졌다. 3일 알렉산드르 진첸코 전 행정실장이 고위 관료들의 부패와 혁명 정신의 훼손을 비난하며 사임하는 등 정권 초반부터 측근들의 부패의혹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자 내각 수반인 티모셴코에게 그 책임을 물은 것이다. 그는 유리 예하누로프(57)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 주지사를 총리 대행으로 임명한 후 부패 공직자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부패척결에 나섰다.

티모셴코는 즉각 정치적 보복을 선언했다. 그는 9일 TV 토크쇼에 출연, “유시첸코의 결정으로 우리의 화합과 조국의 미래가 파괴됐다”며 “총선에서 다른 길을 갈 것”이라고 선전포고를 했다. 그는 지난해 여당 대선후보였던 빅토르 야누코비치의 상징인 파란색 리본과 혁명의 상징인 오렌지색 리본을 엮어 보이며 내년 3월 총선에서의 야권과의 공조를 내비쳤다. 그는 전체의석 450석 중 현재 40석을 이끌고 있다.

유시첸코도 이에 질세라 12일 국유기업의 민영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자칫 유혈사태가 초래될 것을 우려해 내각을 해산했다며 명분 쌓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티모셴코 등이 반대파를 이끌고 세계 최대 규모의 합금 공장 가운데 하나인 ‘니코폴스키 페로알로이 플랜트’를 민영화 시키려 했으며 이를 통해 총선에서 자신들을 선전하려 했다는 것이다.

유시첸코와 티모셴코의 첫 만남은 쿠츠마 정권에서 각각 총리와 부총리를 지낸 1999년으로 거르러 올라간다. 정계에 발을 들어 놓기 전에 각각 중앙은행장과 사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들은 친 서방 개혁주의자로서 ‘코드’가 맞아 의기투합했다.

2000년 쿠츠마에 의해 축출된 이들은 2001년 민중봉기를 통해 정권 전복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 2002년 결성된 야당 ‘우리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쿠츠마 전 대통령에 맞서며 혁명 동지가 됐다. 티모셴코는 지난해 11월 대선투표 부정시비로 촉발된 혁명의 선두에 서서 ‘우크라이나의 잔다르크’로 불리며 국민 총파업 등 강경발언을 쏟아내 민심을 사로 잡았다.

하지만 혁명 후 이들의 관계는 권력을 잡기 위한 야합(野合)이었음이 드러났다. 티모셴코는 총리 지명 전부터 자신이 유시첸코를 대통령으로 밀어주는 대가로 총리 자리를 약속 받았다고 주장하는 등 튀는 행동으로 유시첸코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올 4월에 티모셴코의 러시아 방문이 전격 취소되자 이를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AFP통신은 “유시첸코가 힘든 라이벌을 상대하게 됐다”며 “내년 총선에서 우크라이나의 정치판도가 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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