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부터 선거일인 11일까지 일본 도쿄와 오사카 등지를 돌며 총선을 참관했다. 주요선거가 있을 때마다 일본을 찾았지만, 이번에는 “이게 일본인가”는 생각이 들 정도로 뜨거웠다.
언론들은 자민당에 호의적인 신문이나, 민주당을 선호하는 신문이나 모두 이런 열기에 비판적이었다. 수많은 국가과제가 있는데 우정개혁 하나에 모든 것을 걸 수 있느냐는 논지다.
가장 시급한 것은 파탄 지경인 연금제도의 개혁이고, 구조조정을 하려면 주요 성(省)과 청(廳)부터 해야지 왜 우정사업에 매달리느냐는 비판도 나왔다. 고이즈미 총리의 반박은 간단했다.
“우정 공무원은 2만6,000명입니다. 외무성은 7,000명의 요원들로 전세계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어느쪽이 시급하게 개혁돼야 합니까?” 단순하지만 모둔 투성이인 메시지다. 그래도 유권자들은 납득하고 박수를 쳤다.
이번 총선에 나타난 일본의 민심은 이런 거다. 묻지마 투표라고 비판을 받을 소지는 충분하다. 우정사업개혁은 사람이나 기구를 줄이는 게 아니라, 막대한 자금의 운용과정을 개혁하는 게 핵심이라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는 복잡한 재정 같은 것은 굳이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일본 유권자들은 개혁의 콘텐츠가 아니라, 개혁의 힘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우정개혁에 찬성표를 던진 게 아니라 개혁을 추진할 만한 사람에게 표를 던진 것이다.
고이즈미를 선택한 유권자층은 정치무관심층인 무당파다. 전체 유권자의 30~60%를 차지하는 이들은 2003년 총선에서 민주당에 주었던 표를 다시 빼앗아 자민당에게 위탁했다.
일본의 전통적 시스템을 깨뜨리고 신자유주의적, 미국적인 시스템으로 전환하기를 원하는 데 민주당은 이에 부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은 개혁의 청사진을 보여주지 않는 고이즈미 총리에 대해서도 내심 불안해 하고 있다. 이는 그의 인기가 하루 아침에 다시 추락할 수 있다는 반증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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