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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카트리나가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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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카트리나가 주는 교훈

입력
2005.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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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올리언스시의 재난대피계획에 제방붕괴라는 시나리오는 없었다. 지금 세계는 카트리나보다 오히려 미국의 대응 태도에 아연실색하고 있다. 인도의 한 신문은 쓰나미 때 단 한 명의 관광객도 피해자에게 강탈당하지 않았건만 오히려 세계에서 가장 문명화된 미국의 광경은 사뭇 다르다는 스리랑카 시민의 말을 전했다.

1995년 오클라호마 연방건물 폭발사고 당시 세계는 연방위기관리청(FEMA)의 활약에 열광했다. 합리적이고 유연한 대응 과정을 보면서 미국의 공공업무가 자랑하는 합리성과 실용주의를 실감했었다. 9ㆍ11테러는 분명 치욕이었다. 그러나 부시 정권은 온 세상이 깜짝 놀랄 만큼 짧은 시간에 직원 수 17만을 넘는 위용의 국토안보부(DHS)를 창설하였다.

FEMA와 해안경비대, 세관 및 이민국 등 미국의 울타리와 관문을 경비하며, 그 틈새를 지켜줄 정책결정과 집행기능을 망라한 이 매머드 부처는 네트워크 시대임에도 오히려 물리적 통합의 틀 속에 위기관리 기능을 집적시킨 모습이었다. 재난이든 테러든 꿈도 꾸지 말라는 미국민의 분노와 의지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

●美 국토안보부 옥상옥 문제점

카트리나가 인명을, 재산을 그리고 문명사회의 자존심을 유린하는 동안 FEMA는, DHS는 어디에 있었나, 세계 최고의 통합지휘체계(NRP), 즉 대응계획은 어디에 있었나.

수송기에 실린 이재민이 아무런 구호 준비 없는 엉뚱한 곳으로 보내지는가 하면, 초토화된 통신망은 80%를 복구하는 데 한 달이 걸릴 전망이고 한시가 다급했던 피해지역의 모든 통신, 정보망 즉 신경계통은 잔류 이재민이 죽음에 이르는 동안 먹통이 되어 아무런 위안이 되지 못했다. 한마디로 엉망이었다.

지금 카트리나의 교훈을 짚어보는 것이 이른 감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재난의 경과가 명확한 만큼 이상의 상황인식으로부터 포괄적인 몇 가지 시사점을 찾는 것이 그리 무리한 일은 아니다. 첫 번째 시사점은 재난관리 조직의 통합, 즉 DHS의 문제이다.

FEMA는 79년 창설된 이후 폐지법이 미 의회에 제출되기도 했으나 위트나 앨보우 같은 전문가 청장은 이를 우수한 조직으로 변모시켰다. 그러나 DHS 합병 이후 테러와 같은 국지적 돌발 사고만 지나치게 강조된 나머지 전통적 재난대비 노력은 제약을 받았다. 어렵사리 만들어진 전문조직의 역량이 옥상옥의 조직 구조하에서 위축되어 버린 것이다.

두 번째로는 동맥경화에 비유할 수 있는 위험 인지과정의 장애현상을 들 수 있다. 우리는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의 경우와 같이 구조물의 파괴는 오래전부터 그 징후를 나타낸다. 문제는 이러한 징후가 상위의 비전문가에 의해서 무시되는 경우 대형참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철저한 유지관리를 통한 감지와 전문적 의사결정만이 사고를 막아준다.

세 번째는 대비 시나리오의 실효성 문제이다. 대부분의 경우에 정형화된 대응 시나리오는 중시하면서도 비의도적 상황 전개에 따른 수습시나리오는 하찮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테러에만 신경, 재난엔 소홀

마지막으로 조직의 구도를 짜 맞추었다고 해서 잘되리라고 믿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는 것이다. FEMA의 화려한 무대였던 오클라호마 사고지역의 현지 주민들은 FEMA가 잘한 것이라기보다는 오클라호마지역 FBI, 경찰, 소방책임자의 우정이 성공의 열쇠였다고 말하고 있다. 세 사람은 거의 매주 골프를 치는 파트너이기에 위기관리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네덜란드를 구한 소년 한스 블랭크. 그 원전이 사실 미국에서 씌여졌다고 한다. 그래서 네덜란드에서 관광객들은 소년의 동상 대신 세계 최대 규모의 신축 제방이 최첨단의 제어시스템으로 관리되고 있는 장면을 보게 된다.

그러나 정작 한스 이야기가 씌어진 나라 미국에서 아무도 둑을 지키지 않았다. 카트리나의 경험은 큰 교훈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튼 카트리나의 피해는 너무 컸고 미국의 대처는 너무 소홀하였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도시방재안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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