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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못찾는 시중자금 '방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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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못찾는 시중자금 '방황 중'

입력
2005.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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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금융기관 단기수신이 41조원 급증하는 등 시중자금의 부동화 현상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더욱이 저금리 장기화로 시중자금의 은행권 이탈이 지속되는 가운데 8ㆍ31 대책 이후 부동산 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도 떨어지고 있어 단기 부동화 현상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비록 지난 주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지만, 시중자금이 주식투자의 위험을 수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전례 없는 자산간 수익률 역전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시중자금이 어디에도 안착하지 못하는 ‘포트폴리오 격변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말 현재 요구불 예금과 만기 6개월 미만 정기예금, 머니마켓펀드(MMF) 등을 포함한 단기수신 규모가 439조2,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41조2,000억원 증가했다. 단기수신은 올 상반기 23조3,000억원 증가한데 이어 7, 8월 두 달 동안에만 17조9,000억원 늘어났다.

1~8월 은행 수신가운데 1년 이상 정기예금은 8조6,000억원 감소했으나 6개월 미만 정기예금은 오히려 7조2,000억원 증가했다. 작년 1~8월 6개월 미만 정기예금이 4조4,000억원 감소하고 1년 이상 정기예금이 13조5,000억원 늘었던 것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또 올 1~8월 대표적 단기 상품인 MMF 수신은 19조7,000억원 급증한데 비해 채권형 상품은 15조1,000억원 감소했다.

그 결과 통화 지표 가운데 현금과 요구불예금 등 단기성 자금으로 구성된 M1은 8월 중 평잔 기준 14% 중반대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 같은 M1 증가율은 2002년 12월(15.2%) 이후 32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이렇듯 시중자금이 산업현장의 혈맥 구실을 못하면서 8월말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조2,000억원 감소세로 전환, 산업과 금융간 괴리가 갈수록 심화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에 대해 우리 경제가 자금운용의 구조적 격변기를 맞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하반기 일시적으로 금리가 오를 수 있겠지만, 잠재성장률 자체가 낮아지고 있어 저금리의 장기화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박 승 한국은행 총재가 8일 “내년에도 확장적 금리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구조적으로 은행 상품의 수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강력한 부동산대책 시행으로 부동산에 대한 수익률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결국 저성장, 저금리로 대표되는 고령화시대에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은 주식 등 자본시장 뿐”이라면서도 “투자자들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는 한 시중자금의 물꼬를 주식시장으로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전문가들 역시 8ㆍ31 대책으로 증시에 자금이 몰릴 것이라는 기대에 대해 “부동산 투자자금과 주식 투자자금의 성격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부동산가격 하락은 부동산 투자자금의 부동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 2003년 10ㆍ29 부동산대책 이후 5개월 동안 증권사 고객예탁금과 투신의 펀드 수신액은 횡보 수준이었다. 결국 투자자들이 부동산의 투자 메리트가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면서 자산 포트폴리오에 대한 마인드 자체를 바꿀 때까지 자금의 부동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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