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쇼인 제61회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자동차-순수한 매력’(Cars–Pure Fascination)을 주제로 12일(현지시각) 개막된다.
1897년 시작돼 홀수해에는 승용차와 부품을, 짝수해엔 상용차를 전시하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독일자동차공업협회가 주최, 최첨단 자동차 기술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자리다. 올해는 전세계 44개국에서 총 1,000여개의 업체들이 참여하며 12~14일 사전 언론공개 행사인 ‘프레스데이’를 거쳐 25일까지 계속된다.
모터쇼의 가장 큰 매력은 전 세계의 신차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모터쇼를 통해 전 세계에 처음 공개되는 차만 무려 80여종이나 된다. 이 때문에 신차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각 브랜드의 막판 보안 작전과 홍보 전쟁은 한 편의 영화를 방불케할 정도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브랜드는 역시 메르세데스-벤츠다. 최고급 럭셔리 세단인 ‘뉴 S-클래스’와 ‘ML 63 AMG’를 세계 최초로 선 보이고 마이바흐의 스페셜 모델인 ‘마이바흐 57 S’를 내 놓는 등 무려 40여대의 차를 전시한다.
뉴 S-클래스는 사고 예방 브레이크와 야간에도 적정 시야를 보장해 주는 나이트 비전 시스템 등 메르세데스-벤츠의 안전 철학이 그대로 반영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최고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작품이다.
S-클래스의 제8세대 모델로 기존 모델에 비해 차 길이와 넓이, 높이 등이 모두 더 커졌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ML 63 AMG도 배기량 6,300㏄의 8기통 엔진을 탑재, 최고출력이 510마력, 최대 회전력(토크)이 64.2㎏ㆍ㎙/5,200rpm이나 되는 초고성능을 자랑한다.
BMW는 세 개의 층으로 이뤄진 전시장을 마련, ‘뉴 3 시리즈 투어링’을 내 놓는다. 또 미니의 변형 모델 ‘파크레인’, ‘체크메이트’, ‘세븐’ 등도 전시한다.
아우디는 아우디 최초의 프리미엄 SUV인 ‘Q7’이 주력 모델이다. 4륜 구동 기술에서 둘째라면 서러워 할 아우디가 내 놓은 SUV에 대해 어떤 반응이 나올 지 주목된다.
미국 차 업체 중에선 포드가 단연 눈길을 끈다. 포드는 유럽 시장 점유율이 17~18%에 이를 정도로 강세를 띄고 있다. 이번 모터쇼엔 백미러를 과감히 없애고 문짝도 위로 여는 신감각의 컨셉트카인 ‘아이오시스’를 공개, 포드의 이미지 변신을 꾀한다.
도요타자동차는 깔끔하면서도 세련됨을 더한 신차 ‘야리스’와 운전의 즐거움에 초점을 맞춘 신차 ‘RAV4’를 발표한다.
국내엔 인피니티 브랜드로 진출해 있는 닛산자동차는 다양한 소형 컨셉트카를 통해 기술력을 앞세운 독일 업체들과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다. 혁신적인 소형 가족차인 ‘노트’, 지붕을 여닫을 수 있는 세련된 디자인의 ‘마이크라 C+C’ 등이 눈여겨볼 만 하다.
우리나라 업체들도 유럽시장 공략을 강화할 절호의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630여평 규모의 독자 전시공간에서 신형 클릭과 신형 베르나를 기본으로 한 컨셉트카인 ‘엑센트 SR’를 비롯 모두 20대의 차량을 출품한다. 기아차는 600여평의 공간을 마련, 모두 27대를 전시한다.
특히 10월 선보일 옵티마 후속인 ‘로체’(수출명 마젠티스)의 유럽 신차발표회를 열며 비즈니스와 레저를 겸한 컨셉트카인 ‘멀티-S’도 공개한다. 쌍용차는 모터쇼를 통해 6월 국내에 출시된 카이런을 해외 무대에 선 보인다. 전시 기간 동안 재활용품을 무대로 활용한 이색적인 연주회도 펼칠 예정이다.
이번 모터쇼엔 세계 자동차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자동차 정상들이 빅 이벤트도 연출한다.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업체들의 독주에 대응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자동차(엔진과 전기 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고효율 자동차) 분야의 협력을 강화키로 한 리처드 왜고너 GM회장과 디터 제체 다임러크라이슬러 회장 직무대행, 헬무트 판케 BMW그룹 회장 등이 한 자리에 서게 된다.
저마다 자존심이 강한 GM과 메르세데세-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크라이슬러, 독일의 고급 명차 브랜드인 BMW그룹의 정상이 손을 잡는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에 따라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기간엔 전 세계 자동차 회사의 합종연횡과 물밑 작업 등도 분주해 질 것으로 보인다.
프랑크푸르트=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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