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의 입적은 뜻밖이었다. 평소 협심증이 있기는 했지만 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으며 이번에도 추석을 앞두고 건강을 미리 챙기자는 뜻에서 병원을 찾았다가 예정에 없던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에도 회복 속도가 빨라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겼는데 돌연 심장마비로 열반에 들었다.
스님은 짧은 재임기간에도 굵은 자취를 남겼다. 2003년 2월24일 제31대 총무원장에 선출됐을 때 약속한 ‘함께하는 종단, 신뢰받는 종단’을 만들기 위해 진력했다. 특히 실천적 불교를 지향하고 종단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누구보다도 활발한 대외 활동을 벌였다. 올해 5월 민간 지도층 인사로는 처음으로 이라크 아르빌에 주둔중인 자이툰부대를 방문했으며, 평양서 열린 6ㆍ15 선언5주년 기념행사에도 명예대표 자격으로 참가, 조선불교도연맹 박태화 위원장 등과 만났다. 현직 총무원장의 방북은 법장 스님이 처음이었다.
스리랑카 조계종마을 낙성식(2004년 4월), 일본에서 열린 한중일불교우호대회(2003년 10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불교대회(2004년 6월) 등에 참석했으며, 미국 대만 사할린 등을 방문하기도 했다.
86년부터는 교도소 재소자 교화사업에 나섰고 94년에는 생명나눔실천본부를 창립해 장기 기증, 헌혈 등의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이런 공로로 조계종 종정 표창(82년), 교정대상 자비상, 국민훈장 목련장(이상 2001년) 등을 수상했다. 조계종은 이날 고인의 공덕을 기려 법계를 종사에서 대종사로 승격, 추서했다.
이날 오후 조계사에 차려진 빈소에는 일반신도와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 이재용 환경부 장관, 이명박 서울시장, 황우석 서울대교수 등 각계인사의 조문이 줄을 이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진석 대주교는 애도의 메시지를 전했다.
스님은 열반에 들기 직전 시자 진광(珍光) 스님의 공책에 친필로 열반송을 남겼다. 스님은 “나에게 바랑이 하나 있는데(我有一鉢囊) 입도 없고 밑도 없다(無口亦無底) 담아도 담아도 넘치지 않고(受受而不濫) 주어도 주어도 비지 않는다(出出而不空)”고 썼다. 특히 후학에게는 “크게 한 소리 버럭 지르매(大喝一聲) 다시금 별스러운 의심이 없음이로다(更無別疑) 그르쳐 가지 말고(莫錯去) 그르쳐가지 말지어다(莫錯去)”라는 글을 남겨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을 경계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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