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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디자인-인간을 위한 도시디자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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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디자인-인간을 위한 도시디자인전'

입력
2005.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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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구 마무리가 한창인 청계천엔 건널목마다 울퉁불퉁한 돌이 포장재로 사용됐다. 차량의 저속운전을 유도하면서 복고적인 멋을 더하려는 목적도 있을 터. 그러나 이 길은 ‘운치는 있되 배려는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휠체어에 탄 장애인에겐 심한 덜컹거림이 괴롭고, 노약자나 시각장애인은 자칫 넘어지기 십상이다. 뾰족구두를 신은 여성은 발을 디디기가 무섭다.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도시가 인간의 삶을 더 위험하게, 불편하게 한다면 과연 올바르게 디자인된 것일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9일부터 열리고있는 ‘유니버설디자인- 인간을 위한 도시디자인전’은 도시환경을 보는 패러다임을 바꾼다. 기존 도시가 산업화의 속도와 획일성을 반영한 것이었다면 앞으로의 도시는 다양한 사용자의 요구를 최대한 포용하는 유기적 환경으로 변화해야 한다. 1980년대 미국 건축가이자 공업디자이너인 론 메이스가 최초로 주창하고 현재 일본과 북유럽을 중심으로 산업 및 도시디자인 분야에서 각광 받고있는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이 그것이다.

핵심은 한마디로 ‘생활환경의 평등권’이다. 도시환경이라는 것이 사실은 보통 성인남자의 기준에 맞춰져 있다는 각성에서 출발, 장애인, 노약자, 여성, 심지어 왼손잡이까지도 다 즐겁고 편안하게 생활할 권리를 충족시켜주자는 것이다.

전시는 도시환경을 크게 커뮤니케이션, 이동, 공공건축물, 가로시설물, 유니버설 파크로 나누고 각각의 변천과정과 문제점들을 제시하면서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국내외 우수사례를 소개한다. 덴마크의 자전거전용 도로는 보도와 차도 중간에 설치됐다. 보도에 자전거전용 도로를 낸 우리에 비해 보다 인간중심적 설계다. 일본 과학미래관에는 건물 바닥에 층별 안내사인이 설치됐다. 고개를 뒤로 한껏 꺾지않고도 인지할 수 있고, 어린이나 장애자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야외조형물처럼 아름다운 일본 록본기힐의 벤치는 의자의 높낮이를 달리해 어린이도 편하게 기대어 쉴 수 있도록 했다. 산골 폐교에서 가져온 1960, 70년대 초등학교 책걸상과 요즘의 높낮이 조절가능 책걸상을 비교전시한 것은 알게 모르게 국내에도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이 들어와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반갑다.

테마파크 형태로 구성된 유니버설 파크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지향점이 ‘행복 도우미’라는 것을 보여준다. 혼자만의 아늑한 공간을 즐길 수 있는 이동형 1인 벤치, 두 사람이 서로 끌어안아야만 몸이 바깥으로 밀리지않도록 설계된 커플벤치도 그런 것이다. 장애 유뮤에 상관없이 모든 어린이가 함께 놀 수 있는 유니버설 놀이터도 마련됐다. 아파트 놀이터 어딜 가든 장애어린이를 볼 수 없는 현실을 곱씹어보게 한다.

전시를 기획한 한가람디자인미술관 방영순 큐레이터는 “도시환경은 개개인이 바꾸거나 선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점에서 더욱 유니버설 디자인적 접근이 절실하다”면서 “도시가 인간을 지배하는 대신 배려해야 함을 보여주자는 것이 전시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3일까지. (02)580-1696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 UD 전도사 나카가와 사토시

“UD(유니버설 디자인)의 기본 정신은 ‘모든 사용자를 고려한 디자인’입니다. 신체적 문제나 성 연령 등에 의해 구별되거나 차별 당하지 않는 세상을 위한 것이지요.”

유니버설 디자인의 세계적 전도사인 나카가와 사토시(52ㆍ일본 트라이포드디자인 대표)씨가 ‘인간을 위한 도시디자인전’ 참가차 방한했다.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이 처음 나온 곳은 미국이지만 현재는 일본에서 더 광범위하게 실험되고 있다. 미국이 공공서비스 영역에 국한한 것과 달리, 일본은 산업계가 경쟁력 확보수단으로 채택했기 때문.

“고령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일본에서의 UD산업 기폭제가 됐습니다. 이들이 쉽고 편하게 쓸 수 있는 디자인이라면 일반인들은 더 편하게 쓸 것이라는 데 착안한 기업들이 5, 6년 전부터 앞 다퉈 도입하기 시작했어요.”

정부나 업계차원의 공인표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일본기업들은 자체 기준에 따라 UD마크를 표기한 제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소비자 편에서 제품을 만든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반응도 좋아 전체 소비인구의 30% 정도가 UD디자인 상품을 쓰고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나카가와씨가 컨설팅을 하는 도요타자동차만 해도 도쿄에 8,000평 규모의 UD 상설쇼룸을 운영하고 있다. 나카가와씨는 “근본적으로 소비자가 먼저 각성해 기업이나 지자체, 정부에 대해 끊임없이 인간적인 삶과 관련한 문제제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도요타 외에 세이코 파나소닉 산토리 토토 등의 UD프로젝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UDF(유니버설디자인포름)의 부이사장도 맡고 있다.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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