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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ㆍ31 대책 그후 12일/ 강남에 급매물…집값 하락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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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ㆍ31 대책 그후 12일/ 강남에 급매물…집값 하락 신호?

입력
2005.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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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ㆍ31 부동산 종합대책이 발표된 지 열흘이 지나면서 집값 앙등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과 경기 분당 용인 등지에서 호가가 5,000만원에서 최고 1억원 이상 떨어진 매물이 등장하는 등 가격 하락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급매물의 등장이 본격적인 가격 하락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상업지구로 지정돼 향후 개발 시 용적률이 크게 올라갈 것이란 소문이 돌던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에서 2억원이 떨어진 매도 물량이 나오고 있다. 36평형은 최고 13억원에서 11억원으로, 33평형은 10억원에서 8억원까지 각각 떨어진 매물이 나왔다.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원 입주권도 주택으로 간주해 양도세 중과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정부 방침이 발표된 후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한 입주권의 호가 하락도 두드러지고 있다.

한때 7억5,000만원 수준까지 올라갔던 송파구 잠실주공2단지 33평형 재건축 분양권의 경우 지난 주 5,000만원이 내린 7억원에 매물이 나왔다. 심지어 1억원 가량 떨어진 6억5,000만원에 손바뀜이 있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가락동 가락시영1차 13평형도 최근 3,000만원 가량 떨어진 4억3,000만원 짜리 매물이 나왔다. 내년 2월 입주가 시작되는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26평형은 분양권 프리미엄만 2억~2억2,000만원을 웃돌았지만 지난 주 웃돈이 1억5,000만원 선까지 떨어졌다.

용인 성복동 LG빌리지 50평형도 호가가 5,000만원 가량 빠진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11억원을 호가했던 경기 분당 서현동 시범단지 한양아파트 60평형 로열층의 경우 지난 주 희망 매도가 10억원에 매물이 접수됐다.

그러나 급매물이 출현하고 있기는 해도 실제 거래는 거의 없다.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수요자들이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포동 G공인 관계자는 “늘어나는 보유세 부담은 주택 소유자에게도 큰 짐이 되지만 새로 집을 장만하려는 수요자도 마찬가지”라면서 “보유세 강화가 주택 소유 심리를 억제하고 있어 거래가 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세보다 싼 매물이 일부에 지나지 않아 전체적인 하락을 말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매도ㆍ매수자들이 대부분 움직이지 않고 시장을 관망하고 있는 만큼, 추석 연휴가 끝나고 대책 발표가 한달 정도 지나는 이 달 말쯤 시장 상황을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강남과 분당 용인 등에서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하락세로 판단하긴 이르다”며 “하지만 수익성 타격을 크게 입은 재건축 단지는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매시장도 8ㆍ31 대책 이후 응찰자수가 크게 줄어들고 경쟁률이 낮아지는 등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될 조짐이다.

부동산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8ㆍ31 대책 이후 경매시장은 수도권 상가를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경쟁률이 크게 떨어졌다. 6일 현재 전국 아파트 경매는 평균 3.79대 1의 경쟁률을 기록, 6월(4.79대 1), 7월(5.04대 1), 8월(4.81대 1) 등에 비해 낮았다. 전국 일반 주택 경매도 경쟁률이 3.17대 1로,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경매에서 응찰자 수의 변화는 낙찰가의 변동에 선행한다”며 “응찰자 수가 먼저 감소하고 뒤이어 가격이 조정되는 경매시장의 흐름을 고려하면 앞으로 낙찰가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 "진짜 부자들은 덤덤, 어설픈 부자 전전긍긍"

8ㆍ31 대책이후 일부 급매물과 호가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알부자들은 여전히 ‘버티면 남는다’는 배짱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자 고객들을 전문적으로 상담하는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PB) 관계자들은 “재산을 최소 수십억원 이상 가진 알짜 부자라면 2주택자이든, 3주택자이든 가격이 좀 떨어진다고 해서 부동산자산을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하나은행 PB 영업추진팀 김일수 차장은 “알부자들은 주택을 단 2채만 갖고 있는 경우에도 그것이 모두 강남의 40~50평형대 아파트”라며 “이들은 단기적으로 가격이 떨어지고 세금 부담이 늘어도 나중에 재구입하는 비용이 더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이들은 부동산 시장이 장기적으로 침체하는 일은 결코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을 받아 어렵게 2주택자가 된 ‘어중간한 부자’들만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흥은행 서춘수 강북PB센터 지점장은 “은행대출을 받아 2주택자가 된 고객들이 주로 세금 문의를 해오면서 매각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며 “세 채 이상 가진 진짜 부자들은 덤덤하게 지켜보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쉽지 않은데다, 2007년 대선까지 2년만 기다리면 부동산 대책이 원위치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보유세가 올라도 그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고, 정 안되면 자식들에게 증여하면 된다는 생각이라는 것이다.

시중은행들도 PB 직원들을 대상으로 “단기적으로는 아파트 가격이 하락해도,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교육하고 있다. 한 은행은 최근 PB센터 직원 대상 강연에서 “강남권 40평형대 이상 공급물량은 2007년 이후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며 “강남권 대형 물량은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교육했다. 때문에 세금 강화가 코 앞에 닥치는 올해 연말과 내년 2ㆍ4분기가 오히려 주택을 추가 매입할 수 있는 적기라는 것이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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