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안(李安)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Brokeback Mountain)’이 10일 오후 폐막한 제6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기대를 모았던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는 본상 주요부문 수상권에 들지 못했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1960년대 미국 와이오밍주의 목장을 배경으로 동성애자인 스무 살 동갑내기 카우보이의 사랑을 다룬 작품. 대만 출신 미국 감독으로 ‘결혼피로연’ ‘센스 앤 센서빌리티’ ‘와호장룡’ 등을 통해 동서양의 감성을 아우르는 섬세한 작품 세계를 보여준 리안 감독은 새 작품에서는 서정적인 인물묘사로 찬사를 받았다. 역시 미국 출신인 아벨 페라라 감독의 ‘마리아’(Maria)가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고, 감독상은 ‘레 자망 레귈리에’(Les Amants reguliers)를 연출한 프랑스 감독 필립 가렐에게 돌아갔다.
영화제 내내 화제의 중심에 섰던 배우 출신 조지 클루니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 ‘굿 나이트 앤드 굿 럭’(Good Night and Good Luck)은 최우수 남우상(데이비드 스트레테이른)과 각본상을 수상했으며 최우수 여우상은 이탈리아 영화 ‘비스트 인 더 하트’(The Beast in the heart)에서 열연한 지오바나 메조기오르노가 차지했다. ‘가브리엘’(Gabrielle)에서 무료한 결혼생활에 지쳐 탈출을 꿈꾸는 주부역을 열연한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는 특별상을 수상했다.
올 해 베니스 영화제는 아시아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생존을 위한 할리우드 끌어안기 등 두 가지 특징으로 요약된다.
‘친절한 금자씨’와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일본영화 ‘다케시의 것’이 영화제 내내 뜨거운 관심을 모았으나, 정작 굵직한 트로피는 모두 미국 영화가 가져갔다. 이는 최근 현저히 떨어진 베니스영화제의 위상 회복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해석된다. 경쟁 부문 20편 중 무려 11편을 미국 영화로 채우고 조지 클루니, 맷 데이먼, 러셀 크로, 르네 젤위거 등 인기 할리우드 톱스타를 대거 초청해 분위기를 띄운 데다, “위대한 미국식 러브 스토리”라고 리안 감독이 설명한 ‘브로크백 마운틴’에 최고상을 안겨 주는 등 할리우드에 대한 시종 노골적 구애가 두드러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국영화는 ‘친절한 금자씨’가 젊은 영화학도들이 선정하는 미래영화상과 비공식 부문상인 젊은 사자상, 베스트 이노베이션 상 등 3개상을 받은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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