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에서 우리 농산물을 우선 사용토록 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중요한 것은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있지만 이 판결자체에 대한 시비는 적절치 않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공포한 세계무역기구(WTO) 부속협정은 국산품 보호를 위해 수입품에 불리한 대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법원이 부속협정을 협소하게 해석해 학교급식 운동에 족쇄를 채웠다는 비판보다는 이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게 옳다고 본다.
학교급식 식단에 수입 농산물이 지금보다 더욱 많이 등장할 것이 가장 걱정거리다. 국산 농산물 사용을 강제하는 근거가 사라지고 지원도 받을 수 없게 됨으로써 값싼 수입농산물 비중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까닭이다. 이럴 경우 우리 농가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학부모들의 주된 관심은 수입농산물에 대한 불신이다.
최근에는 중국산 농수산물에서 발암 의심 물질이 발견돼 인식이 더욱 나빠졌다. 정부와 교육당국의 대책은 이런 불신과 불안 해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학생들에게 질 좋은 우리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와 지자체 등은 조례와 법률제정에 힘을 쏟던 그간의 운동 방향을 바꿔야 할 시점에 와있다. 시민 단체들은 대법원 판결 후 기초단체 조례는 제소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여기에 주력한다는 입장이지만 역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조례 제정 추진 때부터 국제무역 체제의 엄혹한 현실을 무시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았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시민 단체들은 우리농산물 먹기 캠페인 등을 통해 여론을 환기시키고, 지자체는 이에 동참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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