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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벗어나 말 타며 ‘위풍당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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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벗어나 말 타며 ‘위풍당당’

입력
2005.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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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씨, 말(馬) 타니 좋아요?”

8일 오전 11시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재활승마협회 훈련장. 말 등에 올라탄 은비(20ㆍ여)씨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정신지체장애로 말(言)은 잘 못하지만 고삐를 쥔 자원봉사자의 모자를 낚아채곤 ‘까르르’ 웃는다.

말이 천천히 훈련장을 돌기 시작하자 김갑수(48) 이사장과 훈련관들이 양옆과 뒤에서 은비씨를 감쌌다. 허리가 심하게 휘어 땅에선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하지만 말을 타면 시야도 훤하고 이동도 자유롭다.

“처음엔 말 등에 엎드린 채로 탔어요. 4개월쯤 지나니 허리를 곧추세워 앉더군요. 말과 친해지면서 성격도 명랑해졌어요.” 옆에서 지켜보던 은비씨 어머니(46)의 설명이다.

이날 재활치료를 이끈 김 이사장은 10년 전 재활승마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이 분야 전문가이다. “1984년 독일 베를린에서 수의학을 공부하다 우연히 재활승마 치료를 접했습니다. 장애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겠다고 느꼈지요. 96년 경기 안성에 말 전문 동물병원과 농장을 열고, 본격적으로 재활승마 봉사를 시작했지요.”

말을 타면서 근력과 균형감각을 기르게 하는 재활승마는 인간의 보행과 가장 비슷한 말의 걸음걸이를 통해 마치 자기 스스로 걸을 때처럼 근육과 대뇌 신경을 자극할 수 있다. 그래서 걸을 수 없는 뇌성마비 환자나 사고로 하반신을 다친 환자들의 재활치료에 효과적이다.

“승마는 자신보다 큰 동물을 다룬다는 자신감, 외부 세계에 대한 흥미 유발 등 자폐 아동들의 정신적인 치료에도 효과적이지요.” 지난 3월 마련한 훈련장에는 국내산 ‘쉐리’와 독일산 ‘??’ ‘프랑크’ 등 총 4마리의 말이 있다. 치료용 말은 인내심이 강해야 하고 장기간의 걸음걸이 훈련을 거치기 때문에 값이 만만찮다. 하지만, 이곳의 승마 치료비는 전액 무료이다.

그 동안 김 이사장으로부터 재활승마 치료를 받은 장애인은 1,000여명. 뇌성마비를 앓던 담(10)이라는 남자아이는 제대로 서지도 못했는데 1년 뒤 어느날 혼자 힘으로 걷기 시작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하루 평균 15~20여 명인데 갈수록 숫자가 늘고 있다. 대개 장애인 단체를 통해 찾지만 입소문을 듣고 지방에서 오기도 한다. 김 이사장은 현재 추진중인 협회의 사단법인 등록이 성사돼 재정지원이 이뤄지면 전국 마장을 통해 치료 프로그램을 보급할 계획이다.

재활승마 치료를 원하는 사람은 협회(www.kathr.comㆍ031_521_0649)로 연락하면 된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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