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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세계장애인선수권' 배영 200m '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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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세계장애인선수권' 배영 200m '金'

입력
2005.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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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헌신적인 사랑과 아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거둔 인간 승리였다. 정신지체 장애를 앓고 있는 김진호(19ㆍ부산체고 2년)군이 체코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에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출전해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8일 주종목인 배영 200㎙에 출전한 김군은 2분 24초 49의 기록으로 종전 세계기록(2분 28초 05)를 3초 이상 앞당기며 이번 대회 유일한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 대회 첫날인 6일 배영 100㎙ 동메달(1분 07초 66)도 따낸 김군은 9일 열리는 자유형 200㎙에서도 메달 획득 가능성을 높였다.

체코로 동행한 어머니 유현경(45)씨는 “진호가 밝은 모습을 잃지 않고 좋은 컨디션을 보이며 훌륭한 성적을 거둬 너무나 자랑스럽다”면서 힘든 훈련과정을 극복하던 아들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며 눈물 섞인 목소리로 소식을 전해왔다.

9일 새벽 2시께 떨리는 아내의 전화음성을 들은 아버지 김기복(47ㆍ의사ㆍ경기 안양시)씨도 “아들이 교육과 훈련을 위해 겪어야 했던 고생들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 같다”며 “진호가 하루빨리 보고 싶어 올 때까지 잠도 못 잘 것 같다”며 대견해했다. 김 군과 어머니, 배내식(40) 전담코치 등은 13일 낮 귀국할 예정이다.

김군은 어릴 적부터 유난히 물과 친했더. 아버지 김씨는 “진호는 물이라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났어요. 목욕탕을 가장 좋아합니다”라며 지금도 김군이 아버지와 함께 목욕탕 가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건강한 아들을 원했던 부모의 소박함에 하늘은 가혹했다. 1989년 3살배기 아들이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말도 느려 무심코 찾았던 병원에서 ‘정신지체장애 2급’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판정을 받은 것이다.

진호는 서울 모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한 달도 못 돼 쫓겨났다. 장애가 이유였다. 하지만 경기 수원시 기독초등학교 5학년 때 수영부에 들어간 진호는 이후 수원북중 특기생을 거치면서 대한민국 대표 장애인 수영선수의 꿈을 키워나갔다.

2002년 아ㆍ태 장애인경기대회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각각 2개씩 획득하고 부산체고에 진학했다. 4월에는 제주동아수영대회 배영 200㎙에서 2분 24초로 장애인 한국신기록을 작성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안양과 부산으로 각각 흩어진 가족들에게 지난 1년 8개월은 너무나 힘든 시기였다. 진호를 끔찍히 아끼던 외할아버지마저 8월22일 세상을 떠났다. 세계대회를 앞둔 아들이 혹여 충격을 받을까봐 아직도 그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

김군은 10월 울산 전국체전에 고등부 부산 대표로 출전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4월 ‘자폐아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책까지 펴낸 어머니의 극진한 사랑, 아들이 정상적 사회인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간절한 소망이 더 큰 김군의 성취를 약속할 것이다.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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