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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美의 보도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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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美의 보도통제

입력
2005.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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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미국인들은 물론 전 세계인들의 눈을 가리겠다고 나섰다. 미 재난관리청(FEMA)은 6일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사망자의 모습을 보도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다”면서 기자들의 구조팀 보트 승선을 거부했다.

뉴올리언스의 침수 지역에 아직 둥둥 떠다니는 시신이든, 한 건물 내에 있다가 몰사한 다수의 시신이든 간에 더 이상 보여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끔찍하다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다.

이보다 앞서 기자가 대재앙의 현장에서 겪은 실제‘보도통제’상황을 되짚어 보면 표면적 이유와는 다른 미 당국의 의도가 보다 분명해 진다. 이재민 수용소 취재를 예로 들면, 군경의 검문검색으로 현장 접근 자체도 까다로웠지만 사진 촬영은 거의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개개인의 경우 보다는 이재민들이 집단적으로 노출되는 사진 촬영은 절대 엄금이었다. 어떤 곳에서는 아예 카메라를 강제로 ‘보관’시켰다. 또 어떤 곳에서는 수용소가 아닌 임시 병원이었는데도 규율 고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싶었던지 안내자인지 감시자인지 모를 사람들이 기자를 졸졸 따라다니기도 했다.

미국은 이재민 수용소에서 무엇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까. 기자의 눈에는 담았지만 사진으로는 찍지 못한 그 곳에는 확연한 흑백의 비율이 있었고 그들의 절망과 분노, 체념이 흥건히 고여 있었다. 늑장 대처에 대한 비난으로 몰리고, 흑백갈등 표출이라는 악재에 허우적거리던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선택한 것은 결국 이 보도통제였다.

사진과 영상 속에 담길 수많은 진실들을 외면해서라도 정치적 궁지를 모면해 보겠다는 계산이 앞선 것일까. 이 후진적 계산이 먹힐 것이라는 생각은 미국이 이라크전에서 갖는 오만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언론에 관한 한 더 이상 미국을 부러워할 이유도 실종 상태다. 또 이래서는‘9ㆍ11 테러’이후 미국인들의 애국심에 대한 호소도 그 근거를 잃게 될 것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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