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서울 강남 출신 서울대생 비율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하는 연도별 입학생수 자료를 발표했다. 서울대가 2005학년도 입시 관련 수치 자료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발단은 7일 청와대에서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의 회담이었다. 박 대표는 "대학은 상향식 평준화 정책으로 가야 한다"며 "강남ㆍ북을 가르고, 배우고 배우지 못한 사람을 가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교육 정책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이 "강남 사람에게 유감은 없지만, 서울대 다닌다는 것 자체가 기회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강남 학생이 서울대 (정원 중) 60%라는 것은 문제 있다"고 맞받았다.
이에 대해 서울대 입학관리본부는 8일 '1994-2005학년도 강남지역 학생의 입학 비율'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05학년 강남(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출신 서울대 입학생수는 416명으로 서울대 전체 입학생 3,413명의 12.2%를 차지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언급했던 '60%'와는 큰 차이가 난다.
강남을 포함한 서울 지역 입학생수를 합해도 1,283명으로 전체 입학생수의 37.6%에 그쳐 60%와는 거리가 멀다. 이 자료는 또 2005학년도 강남지역 학생 1,000명당 서울대 합격 인원은 21명으로, 1,000명당 서울대 합격 인원이 20명인 대구 수성구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수성구 출신 서울대 입학생수는 107명이었다.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합격자 중 강남출신 비율이 가장 높았던 연도는 1994년(14.5%)이고 이후 15%를 넘은 적이 없다. 노 대통령의 '60%' 발언은 전혀 근거 없는 것이 된 셈이다.
서울대가 입학관련 수치 자료를 공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서울대는 지역에 대한 편견, 수험생과 학부모의 혼란을 막기 위해 그간 입학관련 자료 공개나 유출을 철저히 막아왔다.
대통령이 발언한 다음날 서울대가 관련 반박 자료를 발표한 것은 청와대에 대한 서울대의 불만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종섭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이날 자료 배포 후 기자회견을 갖고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해 국민들의 오해를 사전에 막고자 수치 자료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또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60%는 어떤 계산으로도 나올 수 없는 수치"라며 "왜 그 같은 말을 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최인호 부대변인은 " '강남학생이 서울대 60%'라는 언급은 2004년도 서울대 재외국민특별전형 합격자 53명 중 강남지역 학생이 33명으로 60% 이상을 차지한 사례를 염두에 두고 상징적으로 거론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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