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8ㆍ31 부동산 대책 발표를 접하고 느끼는 소감은 사람마다 다르겠으나 필자의 경우는 왠지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세대별 종합과세 등 정부 나름의 혁신적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책이 부동산 투기의 근본적인 치유책이 되기에는 미흡한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첫째, 양도세의 경우, 매매 차익의 50%를 과세한다고 하나 시장 원리는 이득이 있는 곳에 거래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예컨대, 매매 차익이 1억원일 때 종전에 양도세 3,000만원 내던 사람이 5,000만원 내게 됐다고 나머지 5,000만원을 포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둘째, 보유세(재산세)를 강화한다는 것인데 3년 뒤 현행보다 10% 세율을 증액한다고 집을 내놓을 사람 또한 많지 않을 것이다.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강남 등지에서 주택회전율을 높이려면 선진국처럼 주택 가격의 1% 정도를 재산세로 부과해야 될 것이다.
즉, 중고생 자녀를 둔 가장이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비싼 재산세 부담을 피해 타 지역으로 이사 나가고 새로이 적령기 아동을 둔 중산층 세대가 이사 오고 하여 수요와 공급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보유세 1% 정도는 돼야
현재와 같이 재산세가 그 가구 수입대비 ‘견딜만한’ 수준이라면 붙박이로 아이들이 중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불편 없이 한 곳에 계속 거주하고 또 시간이 가면 갈수록 살고 있는 집값은 오르고 하니 특정 지역에서의 주택난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예컨대, 강남 40평대 아파트 시세에 걸맞게 연간 재산세를 1,000만 원 내외로 한다면 그 주택 보유자는 자녀가 학교를 졸업하는 즉시 이사를 나가려고 할 것이다.
셋째, 서울 일부 지역 주택가격의 이상폭등 현상이 공급 부족에서 오는 것으로 잘못 판단하여 부동산규제책 발표와 동시에 송파 등지에 미니 신도시 건설계획을 밝힘으로써 해당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덩달아 뛰어 제2의 ‘판교사태’를 야기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치 못한다. 속된 표현으로 그야말로 ‘병 주고 약 주는 처방’이 아닐 수 없다.
‘99개 가진 자가 1개 더 채워 100개를 갖고자 한다’는 말이 있다. 전국의 가구수 대비 주택보급율이 2002년 말 이미 100%를 초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시 지역 주민 40% 이상이 무주택자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한 사람이 아파트 1,000 채 이상을 소유한 것을 비롯, 1가구 2주택자가 98만 명, 3주택이상자가 18만 명이라는 통계 수치도 나와 있지 않은가. 부동산 공개념에 입각해서, 만약, 1가구 1주택으로 제한한다면 간단한 산술로도 아파트 130만 가구 건설 효과가 있는 것이다.
이는 송파 미니 신도시가 200만평의 부지에 아파트 5만 가구 건설 계획임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신도시 26개의 건설효과와 맞먹는다. 좁은 국토면적(산지를 제외하면 평지는 전국토의 30%내외)에 주택을 투기의 대상으로 삼아 아파트를 계속 지어 나간다면 ‘삼천리 금수강산’이 ‘아파트강산’으로 변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강남, 수서, 분당, 수지, 영통 등 계속해서 아파트를 지어 내려가다 보니 서울이 안성까지 연장되었다고 하는 자조적인 표현까지 듣는다. 필자는 현재의 부동산 규제 시스템으로는 전국토가 아파트로 뒤덮여도 무주택자 비율은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1가구 1주택 소유제한을
수도권 19개 위성도시의 수많은 아파트단지로도 부족하여 재건축, 재개발이라는 명분으로 멀쩡한 집 부수고, 그 방대한 건축 폐자재는 다 어디다 버려야 하는지 환경문제 또한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토지ㆍ주택 공개념을 이야기하면서 시장원리를 함께 내세워 본질을 호도하는 사회 일각의 ‘물타기식’ 궤변에 정부가 결코 휘둘려서는 안 된다.
요컨대, 부동산 투기 과열을 잠재울 핵심적 처방은 1가구 1주택의 소유제한과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의 두 가지 복안 외엔 대안이 없다고 본다.
김경수 명지대 교육학습개발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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