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 테러’의 상징인 미국 뉴욕시‘그라운드 제로’에서는 세계무역센터(WTC) 터미널 건설 준비가 한창이다.
지난 6일 기공식에 이어 총 22억달러가 투입될 이번 공사를 통해 ‘그라운드 제로’는 허드슨강 건너편의 뉴저지주와 맨해튼을 잇는 철로와 뉴욕시내 11개 지하철을 연결해 주는 새 교통중추로 거듭나게 된다.
그러나 올해 9ㆍ11 테러 4주년을 맞는 미 국민들은 그 어느 때 보다 어수선한 분위기다.
신디 시한의 텍사스 크로퍼트 목장 시위 등을 계기로 촉발된 반전(反戰) 열풍과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로 미국 여론이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9ㆍ11 테러’의 대응 조치로 취해진 이라크전이 정작 이라크에서 대량 살상무기를 찾지 못하면서 그 명분은 퇴색했다. 또 시간이 흐를수록 미군 희생자가 증가하면서 반전여론은 한층 힘을 받고 있다.
특히 카트리나 발생 직후 인명 구조와 치안유지 등 초기 대응 지연 이유가 이라크 전에 많은 주방위군이 투입됐기 때문이라는 비난이 일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곤경에 빠트리고 있다.
카트리나 재해는 ‘9ㆍ11 테러’ 때와는 다른 방식의 대응이 미국에 필요하다는 점을 환기했다.
최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중 56%가 부시 대통령의 최우선 국정과제로 국내문제를 꼽은 반면, 대(對) 테러전이라는 응답은 25%에 불과했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의 명분이 의심 받을 때 마다 ‘9ㆍ11 테러’를 상기시키며 반전 여론을 잠재워왔던 노력도 더 이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9ㆍ11 테러’가 미국인들을 단결시켰던 반면, 카트리나 재앙은 부시 대통령의 지도력을 둘러싼 여론의 분열상을 노출시켰다. 또 최근 뉴올리언스의 물이 빠지고 시신 수거작업이 본격화 되면서 맞게 될 충격은 ‘9ㆍ11 테러’ 4주년의 의미를 더 퇴색시킬 가능성마저 높다.
한편 미 국방부는 ‘9ㆍ11 테러’ 4주기에 당시 직접 피해를 입은 펜타곤에서 인근 내셔널 몰까지‘자유의 행진’ 걷기대회 행사를 준비 중에 있다. 그러나 이번 행사를 후원하기로 했던 워싱턴포스트는 이 행사가 자칫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보고 후원을 철회했다.
반면 24일에는 반전 음악인들이 워싱턴에 모여‘휴전 작전(Operation Ceasefire)’이라는 장장 10시간에 걸친 대형콘서트를 열 예정이어서 반전여론은 한층 확산될 전망이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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