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내년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하계 아시안게임에 단일팀을 내보낸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제대로 실현되면 국제종합대회 사상 최초의 남북 단일팀 출전으로서 남북 화해의 새 이정표가 될 만하다.
남북은 1990년 통일축구, 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91년 포르투갈 세계청소년 축구대회에서 단일팀을 이룬 바 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래 다섯 차례의 동시 입장 경험도 있다. 아시안게임 단일팀은 이런 남북 스포츠 협력 수준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단일팀의 초석이 되리란 점에서 커다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최종 실현까지는 아직 멀다. 단일팀 구성의 구체적 방법과 절차에 대한 합의가 간단하지 않다. 특히 개인 종목은 선수 개개인의 장래가 걸려 있어 남한 내부의 합의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단체종목을 중심으로 한 ‘반쪽 단일팀’에 그칠 공산이 크다.
더욱이 남북은 서둘러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실무위 구성 시한조차 못박지 못해 ‘조속한 시일 내’라는 합의에 그쳤다. 단일팀 구성에 합의하고도 북의 일방적 불참 통보를 받은 2001년 오사카 세계탁구선수권대회의 전례로 보아 이 정도를 ‘합의’라고 하기에는 성급한 감이 없지 않다.
다른 모든 남북 교류가 그렇듯 스포츠 교류에서도 과욕과 조급증은 금물이다. 전력 강화 등 내부 문제를 밀쳐 둔 채 남북 교류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듯한 모습으로 ‘정치 이벤트’라는 냄새를 풍길 일이 아니다.
내년의 독일 월드컵축구대회 직전에 서울과 평양에서 남북 단일팀과 브라질 대표팀의 축구경기를 연다는 계획도 마찬가지다. 축구대표팀의 전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면 모르지만 정반대의 우려가 무성하다. 국민을 즐겁게 한다는 본래의 기능을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무리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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