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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에쿠우스'와 '세일즈맨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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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에쿠우스'와 '세일즈맨의 죽음'

입력
2005.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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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무대가 살아 온다. 국내 초연 30주년에 소극장 무대 상연 8주년을 기념하는 극단 실험극장의 ‘에쿠우스(말)’, 동랑 유치진 탄생 100주년과 드라마 센터 개관 43주년을 함께 기념하는 ‘세일즈 맨의 죽음’이다. 연극 팬들이라면 제목만으로도 가슴 설렐 작품들이다.

‘에쿠우스’는 1975년 국내 초연돼 소극장 연극의 참맛을 선사한 작품. 강태기 – 최민식 – 최재성 – 조재현 등 쟁쟁한 배우들에 이어 이번엔 김영민이다.

14번째 국내 무대를 갖게 되는 ‘에쿠우스’에 올라 탈 제 5대 주역이다. 여섯 마리 말의 눈을 찔러 멀게 한 엽기적 사건을 저지른 17세 소년 소년 알런 스트랑의 얘기다. ‘햄릿’‘청춘예찬’ 등에서 보여준 청년의 광기가 갈 곳을 제대로 찾았다.

17세 소년 알런과 연기 대결을 펼치며 극의 흐름을 조절할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는 이 연극의 또 다른 주역이다. 김동훈, 이호재, 정동환, 조명남, 신구 등 역대 다이사트의 뒤를 잇게 될 중견 배우 남명렬(47)에게 화제의 초점이 맞춰진 이유다.

이번 무대는 40대 중후반의 다이사트가 배우의 실제 나이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한층 관심을 끈다. 사건을 배당 받은 젊은 여판사 헤스터(차유경)와의 미묘한 심리적 교호 등 지금껏 소홀히 다뤄져 왔던 대목에 적지않은 비중을 두었다.

남씨는 “비쥬얼적인 측면에서 유리한 점이 많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말들의 군무(群舞) 장면 등이다. 피터 셰퍼 작, 김광보 연출. 10월30일까지 학전블루소극장, 화~목 오후 7시 30분, 금ㆍ토 오후 4시.7시 30분, 일 3시. (02)766-2124

“뭣 때문에 그런 짓을 저질렀단 말유. 날 좀 도와줘요. 울 수도 없다니까요. 또 출장 가신 것만 같구려. 돌아오시려우? 여보, 왜 울 수도 없을까요. 뭣 때문에 그런 짓을 했수?” 평생을 몸 바친 회사로부터 해고 통지를 받고는 자동차 배기가스를 마시고 자살, 가족들에게 보험금으로 마지막 의무를 대신 한 세일즈맨 윌리의 부인 린다.

그녀가 맨 마지막 장면에서 터뜨리는 절규는 이 시대, 고개 숙인 남자들의 심금을 자극하기 족하다. 드라마센터의 ‘세일즈맨의 죽음’은 이 시대 가장들에 대한 헌사일지도 모른다.

두 아들은 서른이 넘도록 변변한 직장도 없이 방황하고 있다. 30년 넘게 외판원으로 일해 온 63세의 노인 윌리 로먼은 마침내 해고 통지까지 당한 자신에게 남은 길이란 보험금뿐이라고 다짐한다. 1940년대 말 미국 사회의 봉급 생활자들의 운명은 반 세기를 뛰어 넘어, 장기 경기 침체와 청년 실업 등 파국적 국면에 둘러 싸인 21세기 한국의 상황으로 쉽게 유추된다. 게다가 부권 상실이라는 상황까지 겹쳐진다.

그는 여러 흠결을 지니고 있는,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다. 한창 시절에 잘 나가던 외판 사원으로 각광 받고, 아내의 눈을 속여 가며 외도 하는 장면은 착잡한 연민을 불러 일으키기 족하다.

이제는 영화 감독으로 더 잘 알려진 장진씨가 자신의 요람이었던 연극으로 돌아와 연출을 맡았다. 전무송 전양자 박상원 민지환 등 TV나 영화를 통해 알려진 배우들의 귀향 무대이기도 하다. 29~1014일 드라마센터. 화~금 오후 7시 30분, 토 4시 7시 30분, 일 4시. (02)756-0822

연극평론가 양승국씨는 “요즘 세상이 자극에 무감각해졌지만 말(馬)을 빌어 육체의 아름다움을 표출하는 ‘에쿠우스’는 여전히 매력적”이라며 “산업 사회의 문제, 아버지의 부재 등 한국의 문제와도 밀접한‘세일즈맨의 죽음’은 가벼움에 익숙해져 가는 관객들에게 진지한 의미를 되새기게 할 작품”이라고 말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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