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9일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거론 중단’ 발언에 모두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속내는 달랐다.
열린우리당은 연정을 둘러싼 내홍 조짐을 일단 잠재울 계기를 찾은 만큼 향후 선거구제 개편에 힘을 쏟겠다고 벼른 반면 한나라당은 연정과 선거구제개편 의지를 접고 민생경제에 매진할 것을 주문했다. 따라서 우리당이 선거구제 개편을 추진할 경우 정기국회에서 여야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당은 그 동안 노 대통령의 연정 발언수위에 따라 당 지도부 대 소장파, 친노 그룹 대 재야파, 영남 대 호남지역 의원 등의 대립구도가 상당히 해소되는 모습이다.
지도부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당력을 선거구제 개편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세균 원내대표는 “이제 선거구제를 바꾸는 데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유인태 정치개혁특위 위원장도 “(한나라당이) 연정이 싫으면 그만이지만, 선거구제 개편은 그것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연정에 부정적이던 재야파와 386출신 소장파, 호남출신의 의원들은 “대통령의 연정 구상이 마침표를 찍은 것이 아닌 만큼 불씨는 언제든 되 살아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재야파의 한 의원은 “노 대통령의 말은 일시적 휴지기를 갖는다는 의미”라며 “해외순방을 마치고 국감에서 여야가 선거구제 개편 등 핵심이슈에 대해 갈등을 보이면 노 대통령은 연정보다 더 강한 수준의 정치적 제안을 내놓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이는 박근혜 대표가 청와대 회담에서 연정론에 쐐기를 박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노 대통령이 정치판 뒤흔들기 의지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 아래 노 대통령의 또 다른 정치적 노림수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제발 대통령 언급이 진심이길 바란다”며 “여당이 상식을 뛰어 넘는 무모한 짓을 한다면 국회는 파행”이라고 말해 여당이 선거구제 개편을 추진할 경우 강력 저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국민이 원하는 건 열흘간이 아니라 장기간 평화인 만큼 외유기간 곰곰이 생각해 앞으로 국정을 민생 경제중심으로 편안히 몰아가 달라”고 주문했다. 홍준표 의원은 “이번 발언은 다음 착점으로 가는 과정에 불과할 뿐으로, 순수성을 믿기 어렵다”며 “노 대통령의 지난 대선에서의 행보를 감안할 때 새롭고 더 강한 제안으로 정치판을 뒤흔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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