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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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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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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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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가르침을 모은 ‘논어’는 영원한 고전이다. 그러나 ‘논어’가 왜 굉장한 책이며 공자가 왜 대단한 인물인지 충분히 알기는 쉽지 않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논어’는 한문 원전에 대해 느끼는 아득한 거리감 만큼이나 멀게 느껴지곤 한다.

배병삼 영산대 교수가 쓴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가 그 막막함을 날려버린다. 청소년에 맞춰 ‘논어’를 풀이한 이 책은 오늘의 감성으로 고전을 다시 읽는 본보기가 될 만하다.

딱딱하거나 고답적인 말투를 버리고 오늘의 우리말로 써내려간 글, 발랄하고 참신한 현대적 해석이 독자를 끌어들인다. 쭉 따라가다 보면 논어가 결코 케케묵은 유산이 아니라 오늘날 더욱 유효한 경전임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지은이는 ‘학이’(學而)에서 ‘요왈’(堯曰)까지 ‘논어’를 이루는 20편의 글에서 각각 주제를 뽑아 공자 사상의 핵심을 추리고 있다. 논어의 큰 줄기를 정확하게 짚어가며 풀이하는데, 그 내용이 아주 진지하고 치밀해서 ‘논어’를 많이 읽어 본 이들도 새롭게 눈 뜨는 바가 있을 것 같다.

‘논어’의 첫머리 ‘학이’ 편을 다룬 대목을 읽어보자. <“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하랴라고? 그럼 열심히 시험공부해서 백 점 맞으면 기쁘지, 슬픈가?

또 “멀리서 친구가 찾아오면 즐겁지 아니하랴” 라고? 그럼 멀리서 찾아온 고향 친구 만나서 성내는 놈도 있나? 이렇게 ‘논어’는 첫 장부터가 밍밍한 물맛이요, 심드렁한 ‘공자님 말씀’이다.> 독자들은 여기서 잠깐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어, 이게 아닌데. 아니, 정말 그러네.” 하고. 하지만 이어지는 설명으로 들어가면 이 짧고 평범해보이는 구절이 논어 전체를 관통하는 고갱이임을 알게 된다.

지은이는 원문의 공자 말씀도 요샛말로 생생하게 풀어 전하고 있다. 공자 사상의 핵심어 ‘인’(仁)을 다룬 ‘안 연’ 편을 보자. ‘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공자는 ‘극기복례’(克己復禮, 나를 이기고 예로 돌아가는 것)라고 답한다. 이 대목에서 지은이는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을 예로 들어가며 공자 말씀을 다음과 같이 중계하고 있다.

<‘내’가 실체라는 생각을 넘어 관계라는 각성에 이르면 ‘인’이 되지. 눈에 보이는 게 독립된 개체라는 생각을 버려. 둘째, 세상이 관계가 아닌 개체로 이뤄졌다는 말은 믿지 마.

셋째, ‘나를 알아달라’는 소릴 하지 마. 넷째 이기적인 행동은 하지 마(나를 남에게 접속해!) > 영화 ‘매트릭스’는 ‘눈에 보이는, 거울에 비치는 개체로 이뤄진 세계는 진실이 아니라 환상(매트릭스)’이라는 깨달음이 극기의 요체이며 따라서 공자의 존재론은 관계의 철학임을 설파하기 위해 동원한 소품이다.

지은이는 10년 넘게 ‘논어’를 연구하고 강의해온 전문가다. 그 공력이 경쾌하면서도 깊이있는 이 책에 담겨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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