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양날의 칼(콜금리 인상)’을 뽑게 될까.
박 승 한국은행 총재가 8일 “다음달이라도 콜금리를 올릴 수 있다”며 조기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지만, 실제로 10월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 카드를 꺼낼지에 대해 시장의 예상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채권시장내 상당수 ‘BOK워쳐(금리정책 분석가)’들이 10월 혹은 4ㆍ4분기중 콜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지만, 외국계 기관을 중심으로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 ‘올려서도 안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대두되고 있다.
전날 박 총재의 발언쇼크로 무려 23bp(1bp=0.01%포인트)나 급등했던 3년 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은 9일에도 강보합세를 이어갔다. 한 채권딜러는 “시장은 대체로 다음달 25bp 정도의 콜금리 인상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연내와 내년 초 각각 25bp씩, 내년 상반기까지 50bp 정도의 콜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3.25%인 콜금리는 내년 6월쯤엔 3.75%가 되며, 이렇게 되면 지난해 8월과 11월 두 차례 인하됐던 콜금리가 ‘원상복구’되는 셈이다. 한화증권 이종명 연구원은 “연말과 연초를 피한다고 할 때 콜금리 인상시기는 10월과 2월이 유력해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기 금리인상에 부정적 견해도 많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취약한 고용과 수출전망악화 등을 볼 때 소비회복을 확신할 수 없다”면서 “올해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시기상조”란 의견을 내놓았다.
모건스탠리도 “소비자기대지수가 5개월 연속하락하고 하반기 소비회복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내년 하반기까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도 ‘10월 콜금리 인상’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자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한은 관계자는 “다음달 상황이 어떻게 될 줄 알고 시기를 못박을 수 있겠는가”라며 “금리인상 시그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박 총재 발언의 요지는 10월에 콜금리를 올린다는 것이 아니라 기대대로 경기회복이 진행된다면 내달이라도 금리를 올릴 수 있고, 기대대로 가지 않는다면 내년으로 미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 총재 발언에 비쳐볼 때 당장 10월은 아니더라도 금통위가 금리를 올리고 싶어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확실해 보인다. 소비회복에 대해선 거의 ‘확신’을 갖고 있다. 부동산버블에 대한 원죄의식도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아무리 소비가 살아나 선제적 대응필요성이 제기된다 해도 “금리결정의 최우선 고려요소인 인플레압력이 최저수준(근원인플레율 1.9%)에 머무는데, 금리를 올리는 것이 타당하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소비는 회생한다 해도 설비투자, 특히 8ㆍ31대책의 직격탄을 맞은 건설투자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인플레이션보다는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고유가도 부담스럽다. 따라서 박 총재의 강한 시그널에도 불구하고, 금통위가 정말로 양날의 칼을 뽑을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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