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산업개발(옛 두산건설)의 비자금 조성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검찰 수사가 두산그룹 심장부에 바짝 다가섰다. 두산 오너 일가의 소환 및 사법처리가 임박했다는 뜻이다.
재벌그룹의 건설계열사가 그룹 비자금 공장 역할을 한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검찰이 건설업체인 두산산업개발의 비자금 조성을 확인한 것은 바로 그룹 핵심으로 이어지는 비자금 루트를 확보한 것과 마찬가지다.
두산산업개발은 그룹의 계열사 순환출자 구도에서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룹 지주회사격인 ㈜두산의 최대주주(13.69%)가 두산산업개발이다.
박용오 전 회장과 박용성 회장이 이 회사의 경영권을 놓고 다툰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2일 두산산업개발을 압수수색하면서 “박용오 전 회장측의 진정사건이나 참여연대 고발사건 모두 두산산업개발 비리에 집중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산산업개발의 비자금 조성은 공사대금과 자재대금을 부풀린 뒤 그 차액을 빼돌리는 고전적 수법이다. 이 회사 전신인 두산건설 외주구매팀장 이모씨가 2년10개월간 조성했다고 시인한 100억여원의 비자금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수사가 진행되면 이씨의 전임자나 후임자가 같은 방식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확인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수사팀이 계좌추적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현재 대검찰청 회계분석팀과 국세청, 금융감독원 직원을 투입, 두산그룹 계열사 및 관련회사의 금융계좌 100여개를 집중적으로 추적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박용오 전 회장측이 그룹 비자금의 파이프라인을 일일이 짚어준 만큼 전체 비자금 규모가 드러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자신했다.
앞으로 검찰 수사는 두산산업개발이 조성한 비자금이 어디로 갔는지를 확인하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우선 박용오 전 회장측이 제출한 진정서에서 비자금 운용에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박진원(박용성 회장의 장남) 두산인프라코어 상무, 박용만 그룹 부회장, 이재경 그룹 전략기획본부 사장 등에게 갔을 개연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은 이미 그룹 위장계열사인 동현엔지니어링을 통해 2000년부터 최근까지 조성한 20억원의 비자금이 진원씨에게 흘러 들어간 정황을 확보한 상태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된 태맥(350억~450억원), 넵스(200억원), 뉴트라팍(870억원) 등 다른 위장계열사로 수사를 확대 중이어서 애초 제기됐던 비자금 1,700억원에 근접하는 규모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액수와 관계없이 돈이 어떤 용도에 사용됐는지가 관련자들의 사법처리 수위를 좌우하게 된다. 비자금이 대주주 일가의 개인 주머니로 들어갔다면 횡령 등 혐의로 사법처리 될 수 밖에 없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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