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콜금리를 또다시 동결한 것은 불가피한 결정으로 여겨진다.
하반기 들어 소비 투자 수출 등 주요 지표가 개선되고 때마침 종합주가지수도 사상 최고점에 이르러 금리인상 여건이 어느 때보다 호전됐지만, 경기회복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자신감이 부족한데다 8ㆍ31 부동산대책의 여파를 점치기 어려운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후폭풍이 미국 연방금리의 인상행진에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돼 여유가 생긴 점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콜금리를 작년 11월 이후 10개월째 3.25%에 묶어둔 것은 고육지책을 넘은 자가당착이다. ‘경기순응적 통화정책’이라는 이름 아래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왔지만 소비 진작 및 투자 활성화 등의 효과는 미미하고 오히려 부동산 거품 등 자산시장의 왜곡만 확대됐다는 자성은 여기서 비롯된다.
그래서 우리는 보름 전 이 난에서 “부동산을 잡든, 경기를 진작시키든, 자금흐름을 우선 정상화해야 한다”며 금리인상을 적극 검토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유동성 함정 혹은 정책 함정에 빠진 금리의 경기조절 기능을 회복해야 시장에 다양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점에서 박승 한은 총재가 “선제적 금리정책과 자원배분의 왜곡시정 등을 위해 통화정책의 점진적인 방향조정을 검토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한다”며 10월 금통위에서 금리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은 긍정적이다.
물론 국제유가 추이, 미국ㆍ중국 등 세계경제 동향, 부동산대책 여파 등이 판단의 주요변수가 되겠지만 통화당국은 좀더 자신감을 갖고 정책수단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정책당국도 재정정책의 효율성을 재점검하는 게 좋다. 지금은 가계와 기업이 싫든 좋든 세금도 많이 내고 각종 기여금ㆍ부담금도 더 납부하지만, 그 돈으로 정부가 뭘 했냐는 의문을 갖게 되면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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