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주는 규제를 완화하고, 전통 증류주는 세금을 올리고….
정부가 내년 세제 개편안에서 소주 등의 세금을 인상하는 반면 과실주 제조에 관한 규제는 완화키로 해 전통주 업계 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8일 재정경제부 국세청 농림부 등에 따르면 내년도 주세법 개정안에 “과실주 및 희석식 소주의 제조방법을 완화한다”는 내용이 최근 추가됐다. 세부적인 내용은 시행령에서 정해질 예정이나 그 동안 규제 완화를 꾸준히 요구해온 과실주 업계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국세청 관계자는 “현재 과실주 제조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이 있어 탄산가스 등 첨가물에 대한 규정을 느슨케 하는 방안을 이번 주세법 개정안에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한국형 샴페인’ 등 젊은 층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과실주 개발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해당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반면 전통주의 또 다른 축을 이루고 있는 안동소주 문배주 등 증류소주 업계의 표정은 어둡다. 내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전통 증류주의 세금이 소주 위스키와 함께 지금보다 큰 폭으로 오를 예정이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세금 인상을 일단 보류하자”는 의견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으나 주세법 원칙 자체가 ‘고도주_고세율, 저도주_저세율’이어서 이들 증류소주는 언제나 세금 인상 대상 ‘1순위’에 오를 수 밖에 없다.
증류방법으로 만들어지는 이들 술은 지방의 특성과 전해오는 제조법에 따라 주조하는 전형적인 전통주지만 세법상으로는 ‘소주, 위스키 등 증류주류’에 포함돼 높은 세율을 물어야 한다. 올해 세제개편안 시행령에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주원료로 만든 과실주의 세금을 200㎘까지는 15%, 초과분은 종전대로 30%까지 낮춰준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강원도 전통 증류주인 ‘옥선주’를 제조하는 업계 관계자는 “일반 (희석식) 소주보다 가격이 비싼 증류주는 세금 인상으로 입는 타격이 훨씬 크다”면서 “한 병 가격이 1만원을 조금 넘는 술의 경우 세율이 72%에서 90%로 오르면 교육세와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세금만 2,000원 이상 뛰며 결국 소비자 가격은 5,000원 넘게 인상돼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과학기술원 농촌자원연구실 김태영 박사는 “우리 농촌에서 만드는 전통주와 농민주 등은 원료가 비교적 비싸고 유통 경로가 한정돼 있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들을 고도주, 저도주로 단순하게 갈라 다른 술과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기보다는 농촌 진흥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보호ㆍ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