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진흥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 주최하는 ‘문장 청소년 문학상’ 8월 장원은 시 부문에 김병주(대원고3)군의 ‘연필’, 이야기글 부문에 문영선(고척고2)군의 ‘빨래터’, 생활글 부문에 이현희(명덕여고3)양의 ‘한때 희망은’, 비평글 부문에 오으뜸군의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비평’이 각각 뽑혔다.
▲ 연필 - 김병주(대원고3)
엄지 검지 중지
세 손가락에
이제는 뭉퉁해진
측백나무 한 그루가 쥐어져있다
어느 숲 속에서 붙박인 채
서 있던 측백나무는
바람결에 몸을 뒤채였을 것이다
나뭇가지에 밤새 걸려있던 푸른 달이
새벽 빛 속으로 스러지고
보이지 않는 무수히 많은 별들이
햇빛 속으로 헤엄쳐가면
하늘을 향해 긴 가지를 뻗어올린 채 침묵한 측백나무는
동녘 하늘로 간절히 몸을 기울였다
전기톱으로 베어져 트럭에 실려와
공장에서 제조되어
한 다스씩 포장된 채 문방구 구석에 쌓여간 연필은
측백나무의 간절함을 상기하지 못한다
밤 하늘의 적요을 찢던 뇌성도,
나뭇잎을 적시다 이내 떨어지던 빗방울도,
모두 연필의 사각거림 속으로 묻힌다
온몸으로 백지 위를 내달리며 측백나무는
세상을 살다 간 흔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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