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단계서부터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켜온 MBC 정치드라마 ‘제5공화국’이 11일 41회를 마지막 편으로 종영한다.
임태우 PD가 치밀한 연출력으로 5공화국의 탄생부터 소멸까지를 그려낸 이 작품의 중심에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전두환 미화’ 논란까지 불러일으킨 탤런트 이덕화가 있었다. “시원섭섭하고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에요. 전 전대통령을 더 악역으로 그릴 수도 있었는데 내 배역에 대한 본능적 애정으로 많이 누그러진 것 같아요.”
그가 이 ‘악역’에 들인 공은 남달랐다. 처조카사위인 코미디언 최병서에게 성대 묘사를 배우고 걸음걸이며 옷 차림까지 일일이 신경을 썼다. “말투 흉내도 좀 냈고 ‘세동아~’ 같은 대사도 만들었죠. 근데 요즘 골프장 가면 ‘나이스 샷’ 대신 죄다 내가 극중에서 자주 쓰는 ‘좋아, 아주 좋아’란 코멘트를 한다면서요?”
그는 아직까지 MBC와 출연료 계약을 하지 않고 있다. “시청률이 20%를 넘으면 그때 계약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는데, 이거 원 통 낯이 안 서요. 체감시청률은 40% 이상인데 맨 날 나오는 거보면 십몇 프로니 자존심 상해서 못살겠어요.”
기대에 비해 더 많은 관심을 끌 수 없었던 원인을 나름대로 분석했다. “자꾸 5공 인사들이 내용이 틀렸다 뭐다 하니까 작가와 연출자가 신경이 쓰여서 ‘드라마’를 만들 수 없었던 거에요.
전두환 대통령이랑 이순자 여사가 침실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나 뭐 이런 것도 보여줘야 했는데 사건의 나열에 그친 거죠.” 역할 자체에 대한 한계도 있었다. “엄연히 실존 인물이 생존해 있고 그에 따른 평가가 이뤄지고 있으니 솔직히 ‘한명회’처럼 내가 뭔가 새롭게 해석하고 만들어나가며 이덕화 만의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 배역은 아니었죠.”
그래도 연기자 이덕화가 ‘5공화국’을 통해 얻어낸 것은 많다. KBS 사극 ‘한명회’와 모스크바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 ‘살어리랏다’로 전성기를 누렸던 그는 PD협회와의 갈등과 정치권 입문 등으로 10년의 공백기를 보내야 했다. “돈 버리고 몸 버리고 바보만 된 거에요.
지나고 보니 인생 수업이었지만 겪을 땐 그렇게 고통 수가 없었어요. 이제 다시 박수도 쳐주시고 받아 주시고 하니까 지금은 내가 장동건이나 원빈 보다 나은 거 같아요.”
하지만 중년층을 위한 드라마와 영화가 없는 한국의 현실에서 그의 활동 공간은 여전히 좁다. 당장 후속작인 KBS 드라마 ‘황금사과’에서 그는 주인공의 아버지 역할을 맡았다.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미국에서는 로버트 레드포드가 젊은 여자랑 사랑하는 영화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 들이지만 만약 내가 그래 봐요 당장 ‘저 인간 미쳤다’고 하지. 그래도 애절한 사랑의 주인공 역은 꼭 해보고 싶어요.”
그는 근래 “마무리를 잘해야 할 텐데”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산다. “연예계 원로 중에서 힘겹게 사시는 분들이 많아. 연기자 2세인 내가 그분들을 도와드리고 뒷전에서 후배들을 돕는 거 그게 제대로 된 마무리지 뭐. 나 그거 하고 나면 무인도 들어가서 살지도 몰라요.”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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