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조기)은 비싸서 대통령도 못먹어. 여기 국산이 어디 있어? 다 중국산이지.”
8일 낮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은 추석 대목을 앞둔 탓인지 인파로 붐볐다. 하지만 유독 생선 가게 만큼은 한가했다. 상인들이 목이 쉬어라 “10마리에 1만원”을 외쳐도 가끔 할머니들만 3~4마리의 조기를 사갈 뿐, 좀처럼 장사가 되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한 노점에서는 동태 포를 두고 상인과 손님이 중국산이네, 러시아산이네 하며 실랑이까지 벌어졌다. 동태 포를 팔던 상인은 “참 내, 언제부터 중국산 안 먹었다고. 안 살 거면 가요, 가”하며 손사래를 쳤다.
중국산 민물고기에서 발암 물질이 검출되는 등 최근 잇따른 중국산 수산물 파동의 여파로 추석 대목을 맞은 재래시장에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특히 수산물에 이어 농산물까지 중국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깊어지면서, 중국산을 주로 취급해온 재래시장은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상인들은 “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시장에서 파는 물건이 중국산인지 알고 온다”면서도 “최근에는 중국산 대신 러시아산이나 인도네시아산을 가져다 파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경동시장에서 중국산 조기는 중(中)자 1두름(20마리)이 1만3,000~1만5,000원 선이다. 이마트에서 국산 참조기 5마리 가격이 6,800원이니까 대략 국산 조기가 중국산에 비해 2배 이상 비싼 셈이다.
생물 갈치(1마리 2,000원)와 명태포(600g 2,000원), 말린 새우(200g 2,000원) 등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중국산 수산물 대부분은 할인점에서 판매하는 국산 제품의 절반 가격에도 못 미친다. 그런데도 찾는 사람은 눈에 띄게 줄었다.
상인 박모(58ㆍ여)씨는 “아침부터 점심시간이 다된 지금까지 개시도 못했다”며 “길이가 20㎝가 넘는 조기가 1마리에 2,500원인데, 하루 종일 2~3마리 팔면 많이 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동태포를 구입한 황모(60ㆍ여)씨는 “중국산이라 찜찜하지만 국산은 가격이 너무 비싸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그래도 믿고 사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수산물에 비해 농산물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경동시장에서 중국산 고사리는 100g에 700원, 북한산은 600원 선이다. 반면 국산은 100g에 2,000원 이상 하기 때문에 찾는 사람도 없고, 파는 사람도 없다. 도라지 역시 중국산은 1근(400g)에 3,000원 선으로 국산(6,000~7,000원)의 3분의 1 선이다.
야채상 서모(39ㆍ여)씨는 “채소류는 국산이 워낙 비싼데다 중국산에 대한 거부감도 적어 그나마 사정이 낫다”며 “그래도 간혹 방부제나 표백제를 쓰지 않았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대형 할인점은 중국산 수산물을 모두 철수시킨 상태다. 이마트는 7월 중국산 양념 장어 판매를 중단한 데 이어, 이달 들어 중국산 부세조기 판매를 중단했다.
국내산 참조기의 대체 상품으로 각광받던 중국산 부세조기는 이마트 수산물 매출 가운데 0.1~0.2%의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이었다. 이마트는 당분간 국내산 참조기만 판매한 뒤 중국산 부세조기의 안전성이 충분히 검토되면 이후 판매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 역시 지난달 말부터 중국산 부세조기 판매를 중단했으며, 롯데마트도 문제가 된 중국산 장어 및 활어 전 품목을 철수시키고 대신 페루산 장어, 일본산 도미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품질을 신뢰하기 힘든 시장보다는 믿고 살 수 있는 할인점을 찾고 있다”며 “중국산 수산물 파동 이후 수산물 매출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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