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 ‘시컴’, 약 35세에 키 178㎝, 검고 약간 얽은 얼굴. 옷을 수개월씩 갈아입지 않음. 특별히 타인에게 해를 주는 행동은 하지 않음.”
최근 서울대 도서관이 작성한 ‘비정상적 외부인의 열람실 출입문제’라는 문서 내용이다. 8일 서울대에 따르면 도서관은 면학 분위기를 해치는 도서관 주변의 이른바 ‘비정상적 외부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였다. 도서관 관계자는 “작성된 외부인 목록을 도서관 경비실에 비치해 출입을 막고, 학교 밖으로 이들을 내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학생이나 교직원이 아니면서 수년에서 십 수년까지 서울대 내에서 배회하는, 일종의 ‘기인(奇人)’. 정확한 신원은 확인되지 않은 채 “서울대 출신 학생운동가였는데 고문을 받다가 정신이 나갔다더라” “사법시험에 낙방을 거듭하던 끝에…” 등 근거 없는 소문만 전해진다.
이번 실태 조사에 따르면 10명의 외부인들이 서울대에서 거주하고 있다. “37세로 매일 도서관 자료실에 출입하며 오른손으로 계속 지휘하듯이 무언가를 그린다”는 ‘지휘자’, “도서관 앞에서 큰소리로 연설하듯 떠든다”는 ‘연설가’ 등이 포함돼 있다.
조사는 이뤄졌지만 이들을 학교와 완전히 격리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 서울대의 고민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이들을 타일러 학교 밖으로 내보내거나 심할 경우 경찰에도 넘겨봤지만 결국 대부분 돌아왔다”며 “어쩔 수 없이 도서관 출입만 제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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