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세계자연보호기금(WWF)과 더불어 세계 3대 민간 환경단체인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 국제본부 미나 라만(47ㆍ여ㆍ말레이시아) 의장이 제2회 서울환경영화제 참석차 8일 오전 방한했다.
“개발이 한창이던 1980년대 초반 말레이시아는 고속도로가 놓이고 초고층 빌딩이 들어섰지만 노동자는 소외당하고 각종 환경 파괴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라만 의장은 82년 말레이시아대학 법학과를 졸업한 후 환경전문 변호사로 일하며 세계무역기구(WTO) 등 각종 국제회의에 참여해 세계화가 개발도상국가에 미치는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제기해 왔다.
“84년 ‘레드 힐’이라 부르는 말레이시아 시골 마을에 일본 미쓰시비 합작사의 반도체 공장이 들어섰죠. 반도체 폐기물에서 나온 방사능 물질이 유출돼 아이 수십 명이 혈액암(백혈병)을 앓게 됐습니다. 10년간 법정투쟁 끝에 공장은 폐쇄됐지만 나중에 중국에 그 공장이 다시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허탈하더군요.” 그는 이 일로 인해 국제화시대에 일국에 한정된 환경운동이 어떤 한계를 갖고 있는지 실감했다.
아시아 환경보호에 한국이 맡아야 할 역할을 묻자 라만 의장은 “한국과 일본이 ‘싼 맛’에 수입하는 동남아산 목재에는 열대 우림 파괴를 걱정하는 원주민들의 눈물이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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