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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부동산투기 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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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부동산투기 회개합니다”

입력
2005.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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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 구성읍 마북리에 있는 향상교회는 요즘 새 예배당을 짓느라 분주하다. 새 예배당은 기존 예배당에서 3㎞ 떨어진 곳에 들어서는데 향상교회는 이전 과정에서 큰 돈을 벌 수 있게 됐다. 현 시세대로라면 부동산 매물로 내놓은 기존 예배당 부지와, 이미 매입한 새 예배당 부지의 시세 차익으로 많게는 40억원을 남길 수 있게 됐기 때문.

하지만 교회는 이 돈을 사회에 내놓기로 했다. 새 예배당 건축비용도 헌금에서 충당하고 있다. 정주채 담임 목사는 “의도를 했든, 안 했든 교회가 부동산으로 큰 돈을 버는 것은 하나님 말씀의 거역이고 신도에게도, 비신도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향상교회의 결정처럼 부동산 투기 금지, 부동산 불로소득 사회 환원 움직임이 개신교계에 확산되고 있다. 예배당, 사회선교시설, 수련관 확보 등 덩치 키우기에 몰두한 나머지 교회가 부동산 투기에 매달린다는 지적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됐다.

부동산 투기의 발원지인 서울 강남의 사랑의 교회는 올 4월 ‘개인과 가정, 나라와 민족과 교회, 북한과 세계를 위한 100가지 회개 기도 제목’을 선정하면서 ‘하나님의 법을 구현한 정의로운 토지제도가 이 땅에 세워지는 것보다 부동산 투기 및 토지불로소득에 마음을 쏟았음을 회개합니다’라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역시 강남에 있는 서울영동교회에서는 정현구 담임목사가 최근 희년(禧年ㆍ교회에서 50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해. 가난한 사람에게 토지를 되돌려주고 노예를 해방시키는 해) 특별 설교 도중 “교회가 부동산 투기를 추구한 것은 큰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4일에는 목사 등 기독교인 91명이 ‘토지정의를 위한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부동산 투기를 하지 말고 부동산 불로소득을 얻었으면 자발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환원하자”고 교회와 기독교인들에게 촉구했다.

이들은 “중대형 교회들이 예배당과 수련관, 기도원, 교인묘지 건축을 빙자해 부동산 투기를 하면서…기독교인은 부동산 투기를 자행하면서 번 돈을 하나님이 주신 복으로 간주하고 그 일부를 십일조와 감사 헌금으로 드렸고 목회자는 그것을 축복해왔다고 한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꼭 이들의 지적이 아니라도 일부 교회의 부동산 투기는 정도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중개소 등에 따르면 심지어 재개발구역에서 이른바 ‘알박기’까지 할 정도로 부동산에 집착하는 교회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박창수 성경적토지정의를위한모임 정책국장은 ‘토지를 영영히 팔지 말 것은 토지는 다 내 것 임이라’(레위기 25장 23절)는 구절을 들며 “성경대로라면 토지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 즉 공유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부동산 투기 금지, 부동산 불로소득 환원 캠페인이 아직 초기 단계지만 이 운동이 하나님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라는 믿음이 퍼지고 있다”며 “많은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이에 동참할 것“이라며 큰 기대감을 내보였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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