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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의 날' 보청기 전문가 구호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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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의 날' 보청기 전문가 구호림씨

입력
2005.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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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때때로 감지만 귀는 항상 열려있으니 각별히 신경 써야 합니다. 헬렌 켈러는 눈이 안보였을 때 사물과의 거리가 멀어졌고, 청각을 잃자 사람과의 거리가 멀어졌다고 했습니다.”

매년 9월 9일은 대한이비인후과학회가 정한 ‘귀의 날’. ‘구’와 ‘귀’의 발음이 비슷하고, ‘9’의 생김새가 귀와 닮았다는 단순한 이유로 정해졌다. 보청기 회사 ㈜스타키코리아의 구호림(39) 부장이 이 날을 맞는 감회는 남다르다. “보청기는 단지 소리를 찾아주는 것을 넘어 인간관계를 회복시키고 세상과 통하는 문을 만들어 줍니다.”

구씨는 8일 기자와 만나자마자 귀부터 쳐다봤다. “요즘은 30~40대부터 돌발성 난청이 생기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대도시에서는 자동차, 확성기 소리 등에 노출이 잦기 때문에 귀가 혹사당합니다.” 구씨가 하는 일은 청력의 상태를 파악해 그에 맞는 보청기를 만들어주고, 난청의 정도에 맞게 조절하는 ‘피팅(fitting)’작업이다. “보청기는 마이크로 들어온 소리를 앰프에서 증폭시키면 관을 통해 리시버(스피커)로 전달되는 원리입니다. 청력 수준에 맞춰 볼륨을 조절하는 피팅 작업이 가장 중요하지요.”

구씨는 대학 졸업 뒤 제약회사에 취업했지만 늘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다. 노인대학에서 귀가 안 들리는 할머니들을 위해 레크레이션 강사로 일했고 장애인시설에서도 봉사활동을 했다. 우연히 신문에서 청각학 연구과정이 국내 처음으로 개설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1998년 한림대 청각학 석사과정에 입학, 박사과정까지 수료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보청기 업계에 투신하게 됐다.

지난 8년간 구씨의 손을 거쳐간 난청인은 1,000여명이 넘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노래를 시작한지 55년 만에 난청 증세가 시작된 유명 성악가, 학생들의 질문을 못 듣게 된 대학교수, 평생 한번도 소리를 듣지 못했던 어린이, 조선소 근무자, 군인, 고맙다며 감자와 고구마를 싸오신 시골 할머니….

“보청기를 통해 세상과 사람들의 인생이 훤히 들립니다.” 구씨는 회사가 벌인 무료보청기지원사업의 혜택을 받아 새 인생을 살게 된 이들을 떠올리면 뿌듯하다.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소외돼 좌절한 여중생이 외견상 안 보이는 고막형 보청기를 한 뒤로 건강한 고교생으로 변화했고, 길거리에서 풀빵 장사를 하던 부부 청각장애인이 새 삶을 찾기도 했다.

“물론 보청기를 했다고 1970년대 외화시리즈 ‘소머즈’의 귀를 기대하면 안됩니다.” 그는 보청기에 앞서 예방이 우선이라고 했다. “젊은 사람들도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으면, 보통 80~90dB의 기본 소음 때문에 더 크게 들어야 하는데 110dB을 넘기게 됩니다. 밖으로 음악이 새 나오는 이런 상태로 30분이상 들으면 안됩니다. 미래는 평균수명이 훨씬 길어진 노인사회가 될 것입니다. 지금부터 귀를 보호해주세요.”

박원기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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