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선씨는 워싱턴 노멘클라투라(특권계급)의 완벽한 한 부분이었다”
7일 발표된 유엔 이라크 석유식량계획 비리 조사위원회 보고서가 박씨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다. 이는 1970년대 이른바 ‘코리아 게이트’의 주역이었던 박씨가 90년대 다시 영향력 있는 거물로 행세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박씨는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전 유엔 사무총장과 모리스 스트롱 전 유엔 대북특사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석유식량 계획에 ‘개입’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박씨는 97년 바그다드를 방문했을 해 한국의 한 컨소시엄이 이라크 원유채굴권을 확보하고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로비를 벌인 사실은 이번 보고서 공개에서 처음으로 밝혀졌다. 이때 박씨는 이라크로부터 한국과의 재수교와 대사관 재설치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기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부트로스 갈리 전 사무총장이 박씨를 ‘1급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원이자 개인적 문제에 대한 조언을 구할 정도로 절친한 친구로 여겼다고 평가했다.
박씨의 이라크에 대한 영향력은 스트롱 특사를 통해 유지됐는데, 그는 영향력 유지를 위해 스트롱 일가가 운영하던 회사의 주식을 사주는 등 재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박씨는 이라크계 미국 사업가인 사미르 빈센트와 함께 93년 이라크와 부트로스 갈리의 만남을 주선한 데 이어, 96년에는 이라크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현금 100만달러 이상을 받아 부트로스 갈리 전 사무총장에게 전달하려 했다는 것이 보고서가 확인한 내용이다.
워싱턴 시내 고급 사교클럽인 ‘조지타운 클럽’의 공동 창설자인 박씨는 지난 97년에는 팔려나간 클럽을 다시 사기 위해 이라크 정부로부터 받은 로비 자금 가운데 50만달러를 전용하기도 했다.
또 96년 미국의 재선반대에 직면한 부트로스 갈리를 위해 박씨가 미국 하원의원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그의 재선운동에도 적극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부트로스 갈리 전 총장은 박씨와의 친교를 부정했으나 95년 통화내역을 조사한 결과 박씨가 부트로스 갈리의 사무실에 11차례, 공관에 28차례나 전화했으며 그의 부인에게 꽃을 보내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현재 유엔 관리들에게 뇌물을 주려한 혐의로 미 연방 검찰에 의해 피소된 상태이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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