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의 공포영화가 있는 터라 ‘레드아이’(Red Eye)라는 원제가 국내에서는 ‘나이트 플라이트’ 즉, 야간비행이라는 조금은 로맨틱한 제목으로 바뀌었지만, 영화는 끔찍한 스릴러다. ‘나이트 메어’ ‘스크림’에서 주인공들을 탈출 불가능한 막힌 공간에 밀어 넣고 공포감을 극대화 했던 웨즈 크레이본 감독은 이번에는 비행기를 무대로 삼았다.
영화는 로맨스처럼 시작해 심리 스릴러를 거쳐 액션 영화처럼 끝난다. 마이애미 한 호텔의 VIP 고객 담당인 리사(레이철 맥애덤스)는 기상악화로 공항에서 대기하던 중 우연히 마주친 잭슨(킬리언 머피)에게 호감을 갖는다.
공교롭게 비행기 안에서도 옆 자리에 앉게 된 두 사람. 알고 보니 잭슨은 국토방위부 차관의 암살을 위해 리사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테러범으로, 리사에게 암살이 용이하도록 차관의 호텔방을 바꾸라고 협박한다.
상황을 벗어나려는 리사의 꾀가 번번히 잭슨에게 탄로 나고, 아버지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협박에 리사의 공포는 극에 달한다. 짧은 상영 시간 탓인지 테러범의 정체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점 등이 아쉽지만, 불필요한 가지는 생략한 채 두 남녀의 심리대결에 포커스를 맞춘 터라 도리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후반부에 이르러서 비행기에서 내린 리사가 갑자기 액션영웅으로 변신해 테러를 막아내고 아버지를 구하는 액션물로 돌변하는 게 다소 뜬금 없지만 전체적으로 간결하고 훌륭한 스릴러의 소임을 다 하고 있다.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 주인공의 연기도 돋보인다. ‘노트북’ ‘퀸카로 살아 남는 법’ 등에 출연한 레이철 맥애덤스가 뜻밖의 위협에 사로잡힌 아름다운 직장여성을, ‘배트맨 비긴즈’의 킬리언 머피가 냉혹한 악역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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