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의 영광은 속편에게는 후광이면서도 극복해야 할 업보다. 전편이 화려한 액션이나 놀랄만한 반전에 힘입어 관객동원에 성공했다면, 속편에는 더욱 강도 높은 액션이나 눈이 번쩍 뜨일 만한 깜짝 쇼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작용한다. ‘전작보다 나은 속편 없다’는 속설은 속편이 이런 압박감을 뛰어넘기 위해 무리수를 두면서 생긴 말이다.
2002년 530만 명을 불러 모은 ‘대박’ 코미디 ‘가문의 영광’의 속편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도 전편의 영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보다 강하게, 더 자주 관객들의 배꼽을 자극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115분 동안 끊임없이 영화를 짓누른다.
전편이 조폭 집안에서 명문대 출신 사위를 억지로 받아들이려다 벌어지는 해프닝으로 웃음보를 건드렸다면, ‘가문의 위기’는 깡패 두목 장인재(신현준)가 서울지검 강력계 여검사 김진경(김원희)과 사랑에 빠지면서 일어나는 황당한 소동에서 웃음을 찾는다.
‘오렌지가 영어로는 델몬트다’ 라는 식의 단순 무식한 어깨들의 행동과 말이 쉼 없이 폭소를 유발하나, 영화는 그 뿐이다. 인생을 바라보는 진한 페이소스나 풍자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헛된 욕심이다. 발기 상태를 연상시키는 인재의 성기 보호대나 유방확대 크림 때문에 ‘가슴 아파하는’ 진경의 모습도 포복절도 할 장면이지만, 그만큼 민망함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장인재와 김진경이 신분차이를 상식 밖으로 쉽게 받아들이고, 주변의 장애를 넘어서는 과정은 맥이 빠진다. 비록 수박 겉핥기식이라도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학벌과 계층문제를 건드렸던 전편의 문제의식과는 거리가 있다.
코믹한 상황에 집착하기 때문인 지, 극의 밀도는 훅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안남미처럼 푸석푸석하고 찰기가 떨어진다. 진경을 흠모하는 동료검사(공형진)가 둘 사이의 갈등을 유발하고 범법행위를 서슴지 않는 모습은 뜨악하기만 하다.
작심한 듯 뽀글뽀글 아줌마 퍼머를 하고 망가지는 신현준, 김원희와 넉살 좋은 탁재훈의 연기는 눈길을 끈다. ‘인형사’의 정용기 감독. 7일 개봉했다. 15세.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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