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냐, 5%대냐…’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놓고 연구기관들이 고민에 빠졌다.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높을 거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어느 정도 나아질 것인지 워낙 불확실한 복병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국제유가와 미국경제의 향배, 8ㆍ31 부동산 대책의 경기파급효과 등이 내년 성장률 함수를 복잡하게 하는 최대 변수이다.
8ㆍ31 효과
내수엔 확실히 마이너스다. 건설투자와 소비를 모두 위축시킨다. 자산가치가 줄어 덜 쓰게 되는 자산효과에 더해, 불어나는 세금으로 가처분소득이 줄고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소득효과까지 감안해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6일 보고서에서 8ㆍ31 대책이 내년 성장률을 최대 1.0%포인트 가량 감소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원 유병규 본부장은 “소비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내년 성장률이 5%대를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LG경제연구원은 8ㆍ31 대책의 경기위축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한국은행 분석과 같은 입장이다. 연구원 송태정 부연구위원은 “전국 집값이 9.2% 폭락해 소비부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1998년에 비하면 이번 대책의 경기위축 효과는 미약하다”며 “내수회복 트렌드를 꺾을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와 미국경제
몇몇 투자은행들은 80년대초 오일쇼크처럼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상에서 장기 고공행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카트리나가 21세기 첫 오일쇼크를 촉발했다”며 “유가 100달러는 결코 무리한 전망이 아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조심스럽게 부동산 버블을 뺄 계획이지만 유가가 임계치를 넘으면 점진적 금리인상기조가 흔들릴 수 있고, 이 경우 국내 경제는 미 부동산시장의 경착륙 고리에 휘말릴 수 있다.
낮은 환율로 유가 상승분을 흡수해도 수출경쟁력 약화가 뒤따른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미국경제의 조심스런 회복국면이 유가 급등으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난감한 연구기관들
불확실성이 증대하면서 국내 연구기관들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 발표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대부분 기관들이 전망치 발표시점을 9월말로 미뤄놓은 상태.
삼성경제연구소 정 전무는 “대내외 환경이 워낙 불확실해 내년 성장률이 얼마가 될지 지금 전망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고, 금융연구원 박종규 박사도 “올해 성장률이 낮았기 때문에 내년 성장률은 올라가겠지만(기저효과) 실제 우리경제가 좋아질 지는 미지수”고 말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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