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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盧ㆍ朴회담, 기대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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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盧ㆍ朴회담, 기대와 우려

입력
2005.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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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여·야간 영수회담이 열린다. 과거 보스정치의 유산이라며 터부시되어왔던 영수회담이지만, 참으로 반갑다. 대변인을 통해 서로 헐뜯지 않고, 정치 지도자들이 서로 직접 만나 국정을 논한다니, 그 자체로도 안도가 된다.

조금 더 욕심을 내어, 시대적 과제인 ‘작동하는 민주주의’를 위해 선거제도 개혁에 합의하는 장면을 꿈꿔 본다. 하지만, 책임정치의 원리에 반하고 국정혼란을 증폭시킬 이원집정부제 혹은 책임총리제가 연정이라는 이름으로 덥석 합의될까 걱정도 크게 앞선다.

한국 민주주의는 아직 그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위기를 맞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정당정치의 취약성 때문이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은 이념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사회적 이슈를 해석해내고 경쟁적으로 국가 운영의 비전과 대안을 국민들에게 제시한다.

그리고 선거에 승리하면, 그 동안 준비한 정책을 실현하고 그 성과에 따라 다음 선거에서 국민으로부터 심판을 받는다. 책임정치, 작동하는 민주주의가 선순환을 그리는 것이다. 선거에 임박해 진지한 고민도 없이 선거공약을 급조해내는 한국의 정당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기대

그렇다면, 한국의 정당들도 중·장기적 안목 속에 국민에게 국가운영의 비전과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게 만드는 방법은 없는가? 정치문화의 선진화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방법은 비례대표제의 도입이다. 비례대표제에서는 전국적인 정당지지율이 의석을 배분하는 기준이 된다.

이는 총선을 지역구별 선거전보다는 전국적인 정당간 정책 대결의 장으로 만드는 요인이 된다. 지금처럼 자기 지역구에 다리 놓아주겠다고 약속하고, 타 지역 정당을 감정적으로 비방하여 1등 하려는 전략은 쓸모가 없게 된다.

비례대표제는 중장기적으로 실력 있는 정책정당, 그리고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의 발전을 낳는 초석이 될 것이다. 초미의 관심인 지역구도 극복은 그냥 저절로 따라온다. 이번 여·야 영수회담에서, 단기적인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한국 정당정치가 정상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 개혁에 전기를 마련해주었으면 한다.

대화합과 상징적 조치로, 혹은 선거제도 개혁의 대가로 ‘대연정’이 제의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나라당에 총리와 내각의 상당 부분을 넘기겠다는 것이다. 언뜻, 대승적인 화합의 정치가 눈 앞에 다가온 듯한 기대를 준다. 하지만, 원내 2당인 한나라당 출신 총리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정당정치의 강화를 통해 구현해야 할 책임정치의 원리에 역행한다.

또 현실적으로 볼 때, 여·야간 대립을 국회도 모자라 행정부 안으로까지 끌어들이는 최악의 상황을 야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 4대 개혁입법 처리과정에서 보듯이 여·야간 정책적 차이가 적지 않다.

화합이라는 이름만으로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와 같이 다당제와 대통령제가 만나는 경우,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이념과 정책이 비슷한 정당과의 소연정이 바람직하다. 아무리 선거제도 개혁이 중요하다지만, 정책적 지향이 다른 거대 야당과의 대연정은 혼란스럽고 잃는 것이 너무 많다.

●대연정은 잃는 게 더 많아

그 수많은 과오에도 불구하고 박정희 대통령이 대다수 국민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이유는 빈곤탈피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였기 때문이다. 오늘 정치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대통령과 야당의 최고지도자가 다룬다.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지 말고, ‘작동하는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선거제도 개혁에 합의하였으면 한다.

그러나 부당한 거래 없이 정공법으로 이루어내길 바란다. 총리나 내각은 함부로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이는 책임 정당정치의 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 자체를 거스르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독일식 비례대표제처럼 정당 투표와 득표율에 따른 의석배분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지역구를 유지하는 방법도 있다. 여·야간 진지한 노력과 대화를 기대해 본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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