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의 한 극장에서 ‘오픈워터’를 본 15명의 관객이 입장료를 환불 받은 사건이 있었다. 영화를 보는 중간에 환불을 요구하는 일이 흔치 않거니와 실제로 환불을 해 준 경우도 처음이라 놀랐다.
극장이 영화 내용에 대해 책임질 이유는 없지만 이들이 너무 완강한 터라 다른 관객의 동요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환불을 해 줬다는 것이 극장 측의 설명이다.
환불을 요구한 이들의 주장은 “상어와 사람 둘이 전부인 영화다. 실망했다”는 것이다. ‘오픈워터’는 스쿠버 다이빙을 떠났다 실수로 망망대해에 남겨진 젊은 부부가 만 하루가 넘도록 구조를 기다리다 상어 떼의 공격으로 결국 목숨을 잃는다는 내용이다. 겨우 13만 달러(약 1억3,000만원)의 제작비로 만든 작은 영화지만 미국에서는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관객들의 환불요구는 넓은 바다와 젊은 부부 두 명이 전부인 이 저예산 영화를 보는 데 7,000원이 아깝다는 소리로 들린다. 그렇다면 관람료도 제작비 규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예를 들면 제작비 100억원 이상인 작품은 1만원, 50억원 이하인 작품은 5,000원 하는 식으로 내야 공정한가라는 생각에 이르면 더더욱 억지스럽다.
재미 없으니 환불하라는 주장도 그렇다. 영화에 대한 자신감의 표시로 ‘재미 없으면 환불해 드립니다’라고 홍보한 작품들이 있었지만, 실제 환불로 이어진 경우는 없다. 재미 있고 없고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취향과 관계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끝까지 환불을 요구하게 한 그 엄청난 에너지가 무엇일까. 바로 배신감이다. ‘오픈워터’는 그렇게 비난 받을 만큼 형편 없는 영화는 아니다. 그럼에도 환불 사태에 이른 것은 블록버스터 대작 분위기를 풍기는 영화의 포장 때문이다. ‘올 여름을 삼켜버릴 무시무시한 놈들이 온다.
맥박상승, 체온 수직하강’라는 영화의 카피 만 봐도 관객들은 자연스레 ‘죠스’나 ‘딥 블루 씨’와 비슷한, 무시무시한 상어 떼와 싸우는 스케일 큰 재난영화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영화는 기대와 달리 너무도 소품인 터라 배신감이 컸던 탓이다.
관객들의 억지를 탓하기에 앞서 영화를 포장하는 방식을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거창하게 포장해서 일단 관객을 끌어 모으고 보자는 욕심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좀 자제하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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