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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기 연재만화 '블론디' 75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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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기 연재만화 '블론디' 75주년

입력
2005.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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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의 희로애락을 코믹하게 그려 전세계 독자들에게 웃음과 위안을 선사해 온 미국의 인기 신문연재 만화 ‘블론디'가 8일로 세상에 나온 지 75주년을 맞았다.

주인공 대그우드 범스테드와 미모의 아내 블론디는 한달 동안 기념일을 준비하느라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성대하게 치러진 파티에는 전세계의 내로라 하는 톱 캐릭터들이 줄줄이 참석했다.

‘뽀빠이’ ‘비틀 베일리’ ‘해거’ ‘가필드’ ‘개구쟁이 데니스’ ‘딜버트’ 등 경쟁 만화의 스타들이 이날 만큼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범스테드 부부는 파티를 무사히 치르고 지금 달콤한 여행을 즐기고 있다.

블론디는 1930년 대공황에 찌든 미국 가정에 웃음을 되찾아 주기 위해 칙 영이 신문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억만장자를 아버지로 둔 플레이보이 범스테드와 잘록한 허리의 말괄량이 금발 미녀 블론디를 주인공으로 철없는 연애담을 그렸다. 하지만 스토리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오자 영은 33년 2월 17일 이들을 결혼시켰다.

범스테드의 아버지는 결혼을 승낙하는 대신 한푼의 유산도 남겨줄 수 없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둘은 “사랑을 양식으로 살아가겠다”는 서약과 함께 180도 달라진 서민적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만화로서의 성공은 반대로 이때부터 시작된다. 출근시간에 대려고 허둥대다 파자마만 입고 집을 나서고, 근무 중 졸다가 야단맞고, 월급 인상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그만두겠다는 공포탄도 불사하지 않는 모습은 전세계 샐러리맨의 공통된 풍경이기 때문이다.

인기만화 ‘해거 더 호러블(Hagar the Horrible)’의 작가 크리스 브라우니는 “블론디가 세월을 뛰어넘어 사랑 받는 이유는 정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블론디는 73년 작가 영이 작고한 뒤 아들 딘 영(65)이 대를 이어 작업하고 있다. 아버지 영이 사망하면서 600여 신문이 연재계약을 해지하는 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연재신문이 700개 이상 더 늘었다.

미국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의 지위도 흔들림이 없다. 우표, 영화, TV 시리즈물 등 범스테드 가족 캐릭터가 등장하는 매체는 셀 수 없을 정도다. 범스테드의 ‘분신’인 두툼한 샌드위치는 ‘대그우드’란 보통명사로 웹스터 사전에 등재됐다.

‘먹고 잠자고 아이 키우고 돈 벌기’는 75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 같이 가장 중요한 모티브다. 만화 블론디는 진실한 사랑은 누구에게나 감동을 준다는 평범한 진리도 일깨워주고 있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 본지 창간 때부터 연재 "블론디가 있는 신문"

한국일보와 함께 한 52년. 주인공 블론디와 대그우드 부부가 한국일보 지면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54년 7월 11일. 이 날자 신문 2면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족 연속 만화 블론디를 연재합니다”라는 사고가 실렸다.

사고는 블론디가 인기를 끄는 비결을 “마음 좋고 덜렁꾼인 대그우드와 그 아내 블론디의 주고 받는 수작이 고상한 분위기에서 보는 사람을 웃기게 하여주기 때문”면서“영어를 배우기 위하여서는 이 만화가 매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처음 세로로 배열됐던 블론디는 57년 6월 7일자(제 2329호)부터 가로 배열로 바뀌었으며, 휴간일을 제외하곤 하루도 빠짐없이 문화면에서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 나와 블론디/ 수필가 김효자씨

지난 주 미주 한인문학회 초청으로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를 방문했을 때 우연히 옛 제자들을 만났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정신여중ㆍ고에서 국어교사로 일하던 시절 제자들이 신문의 알림란을 보고 찾아온 것이다. 이야기 꽃을 피우며 새록새록 떠오른 것은 블론디와 관련한 추억이었다.

중학교 3학년 담임을 맡은 나는 학생들에게 블론디를 보면 영어 공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했다. 우리는 영화, 소설, 그리고 블론디를 통해서 본 미 중산층의 가족생활 등을 소재로 자연스럽게 친근한 대화를 했다. 내가 처음 교편을 잡은 것이 1955년이니 블론디와의 만남이 벌써 50년이 된 셈이다.

만화 블론디는 내가 한국일보를 읽는 재미 중에서도 큰 몫을 차지한다. 미국에서도 최장수 만화의 하나라는 데 주인공 블론디는 도무지 늙을 줄을 모른다. 이것이 부자연스러운 일이라 하여 불평을 늘어 놓은 사람이 있었다고 하나, 오히려 만화의 주인공마저도 세월 따라 늙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정 없는 상식에 서운함을 느꼈다.

그렇지 않아도 블론디는 어느날 귀밑에 흰머리가 돋아난 것으로 보고 큰 소리를 내며 엉엉 울었다. 그러나 블론디의 허리는 여전히 날씬하고 얼굴은 싱싱하며, 마음은 어린이처럼 단순하다.

블론디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전업주부임에도 언제나 당당했다. 남편에게 밉지 않게 돈을 뜯어내는 장면은 언제나 웃음을 짓게 한다. 여기서 알 수 있었던 것은 블론디네 가정에서는 돈줄을 남편이 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일반 가정의 생활상이 어떤 것인지 피상적으로 밖에 알지 못하는 우리지만, 미국에 가서 몇몇 가정을 언뜻 보니 그들의 생활상을 매우 적절하게 표현해 주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만일 가장 여성적이고 평범한 한국판 블론디를 만화로 창조해낸다면, 아마도 용돈을 타내려고 고심하는 쪽은 아내가 아니라 남편이 될 것이다.

사실 이 만화를 가슴으로 느끼기에는 많은 땀을 흘려야 했다. 단어 하나하나가 미국에서 살아 보지 못한 나로서는 마냥 즐길 수 만은 없는 버거운 상대였다. 네 컷 만화의 영문판 옆에 친절하게 한글 해석이 붙었지만 내 것으로 소화시키고 싶은 욕심에 일일이 영어 사전을 열심히 뒤지던 기억이 새롭다.

4년 전부터 모스크바대학에 연구교수로 부임하게 되면서 한국을 종종 떠날 때도 블론디의 스토리가 가장 궁금해 진다.

◇약력

▦1955년 서울대 국문학과 졸업ㆍ정신여자중고등학교 국어과 교사 ▦1965년 서울여자상업학교 교사 ▦ 1972년 수필문학 편집인 ▦1980년 경기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 1997년 정년퇴직 ▦2002년 모스크바대 한국학센터 연구교수

■ '블론디 75돌' 이원수 화백 축하 메세지

지난 64년간 국내외에서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 온 우리의 대표적 시사만화 주인공 ‘코주부’와 올해 75돌을 맞은 세계적 만화캐릭터 ‘블론디’가 미국 뉴욕서 만나게 될 모양이다.

‘코주부 2세’ 이원수(74)화백은 내달 미국 뉴욕에서 가질 자신의 5번째 해외 전시회에 블론디의 작가 딘 영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블론디의 생일(9월8일)에 맞춰 최근 코주부의 축하 작품도 그려 보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자못 흥미롭다. 두 캐릭터 모두 각각 한국과 미국 신문연재 만화계의 최장수 캐릭터인데다, 딘 영이 자신의 부친 칙 영이 창조한 블론디의 캐릭터를 이어 그린 것처럼 이 화백도 91년 스승인 김용환 화백에게서 코주부를 물려받았다. 코주부는 1942년 일본 도쿄(東京)에서 첫 선을 보인 뒤 국내외 여러 신문 잡지 등에 연재돼왔으며 현재도 타이완의 교민신문과 몇몇 주간지에 실리고 있다.

미국만화가협회(NCS) 회원 앨범의 296, 297쪽에 이 화백과 딘 영이 각자의 캐릭터와 함께 마주보며 게재된 점도 이채롭다. 이 화백은 “50여 년간 블론디의 팬으로 지내던 차에 1994년 NCS 회원으로 가입하고 이듬해 받은 96년판 회원 앨범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 같은 인연이 향후 둘의 우정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내달 17~22일 뉴욕 맨해튼에서 여는 전시회를 위해 이 화백은 50여 점의 작품을 준비했다. 이 가운데 30점이 세계적 명사들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최근 영국 런던 테러 직후 블레어 총리의 강경대응 방침에 맞서 인권을 주창했던 총리 부인 세리 블레어 여사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전대통령, 미국 부시 전 대통령과 앨 고어 전 부통령, MS사의 빌 게이츠 회장, 골퍼 타이거 우즈, 인도의 싱 수상과 소니아 간디 집권연정 의장,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리비아의 카다피 대통령, 구 소련 고르바쵸프 대통령과 해리포터의 작가 조엔 롤링 등이다. 한국인으로는 미국 벨연구소 김종훈 사장과 노무현 대통령이 포함됐다.

이 화백은 “창의성과 패기, 정의로움을 기준으로 나름대로 대상을 선정했다”며 “작품은 전시를 끝낸 뒤 주인공들에게 전달하고, 사례금 전액은 유니세프에 기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 블론디 등장인물

▦블론디 범스테드

허영심 많은 철부지였던 블론디 부파두프는 결혼 후 사랑스러운 아내이자 어머니가 됐다.

1990년 노동절 때는 ‘블론디 출장요리’를 설립, 사장을 맡아 대그우드와 독자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먹성 좋은 남편을 위해 좋은 베이컨을 사오는 모범주부의 전형이다.

▦대그우드 범스테드

한때 여자를 쫓아다니는 부자집 청년이었지만 결혼 후 일자리에 연연해 하는 평범한 가장이 됐다. 먹는 것을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게 여기고, 식사 후에 소파에 누워서 빈둥거리는 게 낙이다. 사장과 마찰을 빚고 가계부 수지를 맞추느라 고생을 한다. 이를 헤쳐나가는 그의 무기는 밑도 끝도 없이 낙천적인 성격, 그리고 아내에 대한 사랑이다.

▦알렉산더

대그우드와 외모가 똑 같은 10대 아들. 아버지보다는 똑똑하고 성실하다. 농구와 미식 축구팀의 스타 플레이어.

▦쿠키

고등학교에서 A 학점을 유지하는 치어리더 대표. 남자 친구들을 만날 때를 제외하면 모범생이다.

▦데이지

충직하지만 목욕을 싫어하는 애완견.

▦줄리어스 디더스

대그우드가 일하는 J.C 디더스 & 컴퍼니의 설립자. 시거를 입에 물고 직원을 괴롭히는 고용주. 그러나 아내가 등장하면 약한 모습을 보인다.

▦코라 디더스

줄리어스 디더스의 아내. 살쪘다는 등 남편에게 끊임없이 바가지를 긁는다. 종종 블론디와 함께 쇼핑을 가서 흥청망청 쓴다.

▦허브 우들리

카드놀이도 하고, 서로 물건도 빌려주며 다투기도 하는 대그우드의 이웃사촌.

▦투시 우들리

허브의 아내이자 블론디의 비즈니스 파트너. 남편들의 어설픈 속임수를 일러바친다.

▦M. 베슬리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치지 않고 대그우드 집 문을 두드리는 집배원. 출근하는 대그우드와 충돌하는 게 일과다.

▦엘모 투틀

대그우드와 친구처럼 지내는 5살 배기 이웃. 어리다고 만만하게 보면 의외의 일격을 가하는 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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