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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석학 초청 행사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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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석학 초청 행사의 허와 실

입력
2005.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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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5,000달러 달성을 위한 산업전략을 모색코자 산업자원부가 주최한‘산업혁신포럼 2005’는 외관상 성대했다. 포럼 장소인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 6~7일 1,500명이나 몰린 것은 무료 식사보다,‘제3의 물결’의 앨빈 토플러(77),‘제로섬 사회’의 레스터 서로(67, 미 MIT) 교수 같은 세계적인 석학의 강연이 더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6일 산자부의 산업 전략발표에 대해 서로 교수가“한국이 모든 산업을 다 하려고만 하지 말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만 해도 석학의 혜안이 돋보이는 듯했다. 그러나“1인당 GDP가 높은 대만을 왜 벤치마킹하지 않느냐”는 질책에 대해선 거센 반론에 부딪혔다.

청중석에서“대만에서 한국을 배우자는 움직임도 있는데, 한국이 무엇을 왜 배워야 하느냐”고 묻자 그는 “1인당 GDP 수치가 벤치마킹의 이유”라고 답했다. 서로 교수는 또 7일 간담회에서 기자들이 2003년부터 역전된 한국-대만의 GDP 통계를 들이대자 언성을 높이며“그럼 대만은 잊어라.

일본과 비교해라. 중요한 건 한국이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어정쩡한 결론을 내렸다. 공교롭게도 그는 강연자 중 유일하게 자료를 배포하지 않았다.

물론 경제예측이 맞나 틀리나를 떠나 국민이 비전을 공유하는 것도 포럼을 여는 의미일 수 있다. 그리고‘석학’은 대중의 주목을 끄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강연준비나 통찰력이 없을 경우 그 뿐이다. 국가의 미래 예측과 전략수립에도 정밀한 방법론이 요구되는 이 시대, 준비안된 석학 초청 행사는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우리 산업구조가 더 이상 몇몇 해외 석학에게 가중치를 둬야 할 만큼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희원 산업부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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