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시장에 딸기가 나고 참외가 나는 것은 이제 놀랄 일이 아니다. 웬만한 과일들은 사시사철 나온다. 사과도 보관을 잘해 사시사철 시장에 내놓는다. 물론 오래 보관이 안 돼 오로지 한철만 나오는 과일이 있다. 복숭아는 철을 넘겨 보관할 수 없어 여름철에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자두 역시 그렇다.
대형 마트에 갔을 때 사철 끊이지 않고 딸기가 나고 참외가 나고 또 하우스 포도가 나는 것은 이제 으레 그렇거니 여기는데, 하우스 안에서 재배가 불가능한 과일들도 한 달 가까이 철을 당겨 일찍 나오는 것을 보면 대체 저 과일은 누가 어떻게 관리해서 저렇게 일찍 시장에 나올까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벌써 햇밤이 멍석 위에 펼쳐져 있었다.
지금 내가 사는 마을의 이름은 예부터 밤나무가 많다고 하여 ‘밤가시 마을’인데 동네에 밤나무 재목으로 지은 오래된 초가집 한 채가 있다. 산책 삼아 일부러 그 초가집에 가서 마당가의 밤나무를 보았다. 거기 밤들은 한 달 후에나 딸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도 시골에서 밤나무집 아들로 자랐는데, 여름 뒤끝에 바로 나오는 저 햇밤들은 참으로 진기하게 보인다.
소설가 이순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