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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전쟁 그리고 인간] (24) 파도를 헤치고 (16)·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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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전쟁 그리고 인간] (24) 파도를 헤치고 (16)·끝

입력
2005.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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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힘(Power)’

유럽 친구들이 한국은 꼭 ‘신 들린’ 나라 같다고 말한다. 믿어지지 않을 만큼 끊임없이 에너지가 분출하는 나라. 모든 일을 마치 전쟁하듯 치러내는 한국은 경이(驚異) 그 자체란다. 그러면서 덧붙인 한 마디가 싫지 않았다. 유럽 낯선 도시에서도 유독 한국 사람은 어깨를 펴고 걷고, 상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을 건넨단다. 그것이 한국 사람이다.

국제정치학에서 말하는 어느 나라의 ‘힘’은 그 나라가 원하는 것을 다른 나라가 행동으로 따라 줄 만큼 영향을 미치는 종합적인 능력이다. 아울러 다른 나라의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그것은 바로 군사력, 그 나라의 사회적 응집력과 역동성, 경제 자원, 기술 능력, 정치 수준, 외교적 통찰력, 지적(知的) 예술적 활동의 축적 등에서 나온다. 이렇게 보면 국가 안보는 군사력 하나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주변 여건, 세계적 환경과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능력에 따른다.

그렇지만 군사력이 중요한 조건인 것은 틀림없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 해군력을 살펴보자. 고개 똑바로 들고 세계를 바라보는 해군을 기대하면서.

대양(大洋)해군

5대양에서 국익을 지키고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 위해 우리 해군을 전략기동함대를 보유한 대양해군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 있다. 2001년 3월19일,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해군사관학교 졸업식 치사에서 밝힌 대양해군론이다.

전략기동함대의 전단계로 먼저 2개 기동전투단을 창설하고 장기적으로 3개 기동전투단을 운용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대형 상륙함(LPX) ‘독도함’, KDX-III 이지스 구축함, 잠수함 등 중요한 플랫폼(Platform) 건조에 착수했다.

현재 일본 해상 자위대 전력과 대비하여 27~30%에 불과한 우리의 통상 전력을 70%선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지스급 구축함과 대형 상륙함 그리고 잠수함 사업에 눈을 돌렸다는 것으로 우리 해군의 시야가 한 반도를 넘어섰다는 것은 알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억제전력 수준을 훨씬 넘기 때문이다.

우리의 계획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대양해군을 표방하며 새로운 해양 세력으로 등장할 때 일본과 중국의 강력한 견제가 예상된다. 또한 우리 해군의 역할을 한반도 해역으로 제한하고 이 지역에서 보완적 해군력으로 남기를 바라는 미국과 전략적 영역을 조화하는 문제도 남아있다. 미일군사동맹의 성격이 한국에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략기동함대 보유에 대해 내부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전략기동함대의 차출에 따른 해역함대 방어능력 저하, 해군 전체 운영유지비 증가, 주변 국가와 군비 경쟁ㆍ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든다.

전략 기동함대 건설은 엄청난 투자를 전제한다. 함정 건조뿐만 아니라 탑재될 무장과 전투체계, 항만 시설 건설, 운영 인력 등 모두 합치면 2010년 기준 약 30조원, 2015년 기준 4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해군 전략가들 중에는 수상함(水上艦)은 전투에서 더 이상 실용적인 플랫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연안에 전개된 수상함을 접근거부 무기체계로 정확하게 탐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이 세계적으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수상함 위주의 전력을 구성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있다.

해군력 건설에 보편적이며 일률적인 기준은 없다. 국가 목표와 안보 전략 그리고 예상되는 장. 단기적 위협에 대한 분석에 따라 다르다. 플랫폼이나 함대의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무엇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탑재하느냐가 더 큰 관심이다.

전략기동함대만으로 대양해군이 될까? 대양해군의 개념만으로 5대양에서 우리의 국익을 지킬 수 있을까? 해양자원을 확보하고 우리 나라의 사활이 걸린 해상교통로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가? 우리가 계획하는 그 플랫폼이 예상되는 안보 환경에 적합한가?

항공모함 우리나라를 비롯 아시아 여러 나라가 보유를 희망하거나 계획 중이다. 동아시아에는 미국의 항공모함만 배치돼있다. 생존성면에서는 해외육상기지보다는 낫고, 분쟁지역에 접근하여 무력을 시위하기에는 장거리 전폭기보다 낫다고 주장한다. 잠수함이나 탄도 미사일, 순항미사일 등 접근거부무기체계에 대해 생존성이 약하다는 단점 외에도 건조와 유지에 천문학적 금액이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에 쉽게 보유를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공격용 잠수함 잠수함은 그 자체의 스텔스기능, 즉 상대에게 탐지되지 않고 은밀히 활동할 수 있는 능력과 운용의 유연성을 볼 때 세계화 시대에 가장 필요한 비대칭 전력이다. 정찰, 감시, 수색능력이 대양통제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 수면에 부상하지 않고 계속 잠행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요소이다.

이해를 같이하는 몇몇 나라들과 합의를 이뤄 그 나라의 기지를 이용할 수 있다면 우리의 해상교통로(SLOC) 보호에도 투입할 ?있다. 유럽에서는 어뢰 대응 어뢰와 대잠(對潛) 헬리콥터를 공격할 수 있는 잠수함 발사 미사일 등이 개발 완료단계에 있다. 한층 생존성을 높이고 수중, 수상, 지상 및 공중 목표물을 광범위하게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수상 전투함(Surface Combatants) 보통순양함(Cruiser), 구축함(Destroyer) 그리고 호위함(Frigates) 등을 포함해 넓게 부르는말이다. 지상공격 토마호크 미사일(TLAMㆍ Tomahawk Land Attack Missile)의 플랫폼이나 전역탄도미사일 방어체계(TBMDㆍ Theater Ballistic Missile Defense)로 기능한다. 이지스구축함이 여기에 속한다.

상륙함(Amphibious Warship) 앞으로 예상되는 전쟁은 해상으로부터 전개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상륙능력이 강화되고 해병대 역할이 확대된다. 우리나라의 상륙함(LPX)을 외국에서는 경항공모함으로 간주한다.

기뢰 연안작전의 중요성이커지면서 항구나 해역에 기뢰(Sea Mine)를 부설하거나 제거하는능력이 주목을 받게 됐다. 가장 효과적이며 경제적인 접근거부능력이고 쉽게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수함과 더불어 대표적 비대칭 무기체계라할 수 있다.

해군력 건설의 의미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과 그 동맹세력 일본, 그리고 새로 떠오르는 세력 중국과의 관계를 전통적 세력균형 이론만으로는 적절하게 설정할 수 없다. 언젠가는 세계사적 차원의 패권경쟁이 동아시아, 한 반도 주변에서 시작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이 추구하는 동아시아의 질서와 우리의 국익이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해군력을 건설해야 한다. 미국 해군력 투사에 편승한 일본의 역할 확대를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대양으로의 진출을 위해, 해상 수송로의 보호를 위해서는 우리도 일정 부분 미국 해군력과 협력해야 하지만 그들의 전세계적 군사력 투사를 보완하는 위치에만 머무를 수는 없다.

우리나라가 건설하는 해군력과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하면 한반도는 각축의 대상을 넘어 그들 나라의 안보에 사활적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할 수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없이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그들만의 평화와 번영은 불가능하다. 그들 자신을 위해서도 우리의 평화와 안정과 독립이 중요하다.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는 주변 강국들에 의해 피해를 당하기만 하는 부정적 위치가 아니고, 그들을 제어할 수 있는 동아시아의 심장이다. 우리의 비대칭 전략, 비대칭 전력이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다.

해군력을 보유한 국가는 하고 싶은 전쟁은 할 수 있고 피하고 싶은 전쟁은 피할 수 있다는 프랑시스 베이컨의 말은 많은 의미를 그 안에 담고 있다. 눈을 들어 보면 우리 이웃 나라들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우리와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와 바다로 연결되어 있다. 바닷길을 놔두고 먼 길을 돌아 갈 수 없다. 파도를 헤치고 그 길로 나가야 한다.

윤석철객원 기자 ys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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